25개 구 중 6곳만 재정대책 준비
나머진 수당·보육료 못줄 처지
정부·서울시 지원만 기다리지만
양쪽 서로 “먼저 나서라” 공방
전문가 “둘 다 지원 서두르고
국회도 보육법 개정 처리해야”
나머진 수당·보육료 못줄 처지
정부·서울시 지원만 기다리지만
양쪽 서로 “먼저 나서라” 공방
전문가 “둘 다 지원 서두르고
국회도 보육법 개정 처리해야”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9월 ‘보육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 자치구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정에 지원하는 이달 양육수당 예산이 바닥난 상태로 25일 예정대로 양육수당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1일 서울시와 자치구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강남·종로·중구와 이달 중순 추경안을 확정지을 서초구, 재정 여건이 나은 편인 용산·양천구 등을 제외한 19개구는 양육수당 곳간이 비었거나 모자라는 상황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동났지만 양육수당이 끊김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이달분을 지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아직 예산이 고갈되지 않은 구들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다른 사업비를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용산구 관계자는 “10월까지는 양육수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천구도 9월 한달은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서울시 양육수당 지원 대상 어린이는 모두 40만8000명으로, 0살부터 5살까지 나이별로 매달 10만~2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보육시설에 직접 지급하는 보육료도 이미 바닥나 지난달 신용카드로 결제한 350억원에 대하여 보건복지부가 대납해주지 않으면 연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여성가족실 관계자는 “10일 예정된 보육료 카드결제를 보건복지부에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 모두 ‘무상보육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서울시는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더 큰 몫을 책임져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분담률을 2 대 8로 정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이를 4 대 6으로 조정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국회가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이미 책정해놓은 무상보육 예산 1355억원부터 ‘조건 없이’ 조기에 집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서울시가 무상보육과 관련해 분담해야 할 몫을 반영하는 추경 편성을 예산 집행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1355억원을 지원해도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은 2355억원이 부족해 한달 뒤면 다시 고갈될 처지다. 서울시가 박근혜 정부의 지방정부에 떠넘기기식 복지 예산 분담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까닭이다.
서울시 쪽은 정부가 취득세 감소분을 전액 보전해줘도 경기 침체 탓에 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돼 섣불리 추경 편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지자체와 달리 20%로 설정된 국비 지원 비율을 40%로 상향하는 영유아보육법을 국회에서 조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만남도 추진중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무상보육은 박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정부가 공약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기획재정부 쪽의 로비에 막혀 8개월째 법제사법위에서 계류중이다. 여야가 협력해서 처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이미 짜인 예산을 서둘러 집행하고, 서울시도 당장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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