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없어지자 자진폐쇄
시가 건물 매입·여성들 지원
시가 건물 매입·여성들 지원
강원도 춘천시의 성매매 집결지인 일명 난초촌(춘천시 근화동 춘천역 주변)이 업주들의 자진 폐쇄로 6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방자치단체의 단속과 영업 제한, 재개발 등으로 강제 폐쇄된 곳은 있었지만 성매매 업주 쪽에서 스스로 문을 닫은 것은 이례적이다.
춘천시는 난초촌을 구성했던 성매매 업소와 일반 주택, 상가 등 건물 29채를 모두 사들여 10월 말까지 철거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난초촌은 지난달 31일 마지막 영업 뒤 자진 폐쇄했다. 1951년 주한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가 이곳에 들어서며 생긴 이후 60여년 만이다. 1990년대 개나리촌(조양동), 2000년대 장미촌(소양동)에 이어 난초촌까지 폐쇄되면서 춘천의 집창촌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캠프페이지로 생긴 난초촌은 캠프페이지가 사라지게 했다. 지난 6월 공원으로 개방된 캠프페이지 바로 옆에 난초촌이 있어 가족 나들이객의 폐쇄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춘천시가 폐쇄 설득과 함께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성매매 피해자 등 자활지원 운영조례’를 만드는 등 지원에 나서자 5월 성매매 업주들은 8월 말까지만 운영한 뒤 자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원조례로 이곳에서 일하던 여성 52명은 1인당 1000만원씩의 특별생계비를 지원받아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났다. 춘천시는 난초촌 건물을 모두 철거한 뒤 3400㎡ 터에 공원과 주차장을 만들 참이다.
홍문숙 춘천시청 여성담당은 “난초촌 폐쇄는 물리적 충돌이나 공권력 행사 없이 업주와 성매매 여성 스스로 폐쇄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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