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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도서관…주민 묶는 또하나의 공통분모

등록 2013-09-09 20:20수정 2013-09-10 20:36

서울 강동구 고덕상록아파트 주민과 아이들이 주말인 7일 인근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찾아 이곳에 사는 곤충·식물 등을 알아보는 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정태우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상록아파트 주민과 아이들이 주말인 7일 인근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찾아 이곳에 사는 곤충·식물 등을 알아보는 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정태우 기자
[현장 쏙] ‘우리 동네 공동체’ 바람 분다 ③ 늘어나는 커뮤니티 공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상록아파트 주민들은 두 해 전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 만든 ‘마당 텃밭’에서 그동안 잃었던 이웃 정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주민 김혜선(37)씨는 삭막한 아파트 공간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바꿀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는 엄마들과 4년 전 ‘꽃을 사랑하는 모임’(꽃사모)을 만들었다. 꽃사모 회원 10여명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아파트 정원과 빈터에 루드베키아, 칸나, 백합,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을 가꾼다. 이들이 심은 건 꽃씨만이 아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선 겨우 앞집이나 아래층하고만 인사하고 지냈는데, 이곳에선 이웃을 되찾은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라인은 모두 문을 열어놓고 지내요. 저녁 반찬도, 시골에서 부쳐준 음식도 나눠 먹어요.”

고덕상록아파트엔 5층 18개동에 700가구가 산다. 30년 된 이 아파트에 싱싱한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바로 텃밭이었다. 아파트 안 건물 사이에 텃밭 2곳을 만들었다. 2011년 강동구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에 선정돼 첫 삽을 뜨고 흙을 날라 땅을 다졌다.

추첨을 해 분양받은 54가구가 배추와 상추, 파, 치커리 등을 기른다. 연회비 3만원을 내면 6.6㎡가량을 분양받는다. 관리사무소는 경운기로 텃밭을 갈아주고, 퇴비와 씨앗은 함께 사서 쓴다. 유현아(42)씨는 “주말농장은 멀리 있어서 오가기 힘든데, 집 앞에 텃밭이 있으니 출퇴근 때 물을 줄 수 있고 따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고덕상록아파트 주민들
육아 등 공통 관심사 따라 의기투합
삭막한 공간에 공동체 활기 불어넣어
“아파트 아니라 고향에 사는 것 같아”

주민들 대부분이 30~40대여서 으뜸가는 관심사는 아이 키우기다. 놀이터 2곳에는 전화부스를 개조해 무인도서관을 차렸다. 관리사무소에도 작은도서관이 있다. 5~6명이 둘러앉아서 책도 읽고, 회의도 한다. 양정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부모와 아이들의 나이가 엇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큰 차이가 없는 ‘공통분모’가 주민들을 돈독하게 묶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 임대아파트 입주민이라는 동질성도 주민들을 묶는 데 한몫했다.

7일 아파트 인근 고덕수변생태복원지 들머리에선 ‘특별한 손님’들이 생태학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소풍 가듯 생태탐사에 나선 이들은 아파트 주민과 아이 등 40명이었다. 아이들은 웅덩이에서 부평초를 헤치고 송장헤엄치개, 꼬마줄물방개 등을 건져올려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개구리는 자신이 낳은 올챙이는 잡아먹지 않나요?” 금세 자연과 하나가 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할 질문도 쏟아냈다. 두 딸과 함께 참석한 김성천(41)씨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도시 외곽에 있고 저층이어서인지 아담하고 조용해서 고향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전광영 관리사무소장은 “국민 10명 가운데 6명꼴로 사는 아파트가 곧 마을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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