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상록아파트 주민과 아이들이 주말인 7일 인근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찾아 이곳에 사는 곤충·식물 등을 알아보는 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정태우 기자
[현장 쏙] ‘우리 동네 공동체’ 바람 분다 ③ 늘어나는 커뮤니티 공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상록아파트 주민들은 두 해 전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 만든 ‘마당 텃밭’에서 그동안 잃었던 이웃 정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주민 김혜선(37)씨는 삭막한 아파트 공간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바꿀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는 엄마들과 4년 전 ‘꽃을 사랑하는 모임’(꽃사모)을 만들었다. 꽃사모 회원 10여명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아파트 정원과 빈터에 루드베키아, 칸나, 백합,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을 가꾼다. 이들이 심은 건 꽃씨만이 아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선 겨우 앞집이나 아래층하고만 인사하고 지냈는데, 이곳에선 이웃을 되찾은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라인은 모두 문을 열어놓고 지내요. 저녁 반찬도, 시골에서 부쳐준 음식도 나눠 먹어요.”
고덕상록아파트엔 5층 18개동에 700가구가 산다. 30년 된 이 아파트에 싱싱한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바로 텃밭이었다. 아파트 안 건물 사이에 텃밭 2곳을 만들었다. 2011년 강동구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에 선정돼 첫 삽을 뜨고 흙을 날라 땅을 다졌다.
추첨을 해 분양받은 54가구가 배추와 상추, 파, 치커리 등을 기른다. 연회비 3만원을 내면 6.6㎡가량을 분양받는다. 관리사무소는 경운기로 텃밭을 갈아주고, 퇴비와 씨앗은 함께 사서 쓴다. 유현아(42)씨는 “주말농장은 멀리 있어서 오가기 힘든데, 집 앞에 텃밭이 있으니 출퇴근 때 물을 줄 수 있고 따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고덕상록아파트 주민들
육아 등 공통 관심사 따라 의기투합
삭막한 공간에 공동체 활기 불어넣어
“아파트 아니라 고향에 사는 것 같아” 주민들 대부분이 30~40대여서 으뜸가는 관심사는 아이 키우기다. 놀이터 2곳에는 전화부스를 개조해 무인도서관을 차렸다. 관리사무소에도 작은도서관이 있다. 5~6명이 둘러앉아서 책도 읽고, 회의도 한다. 양정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부모와 아이들의 나이가 엇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큰 차이가 없는 ‘공통분모’가 주민들을 돈독하게 묶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 임대아파트 입주민이라는 동질성도 주민들을 묶는 데 한몫했다. 7일 아파트 인근 고덕수변생태복원지 들머리에선 ‘특별한 손님’들이 생태학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소풍 가듯 생태탐사에 나선 이들은 아파트 주민과 아이 등 40명이었다. 아이들은 웅덩이에서 부평초를 헤치고 송장헤엄치개, 꼬마줄물방개 등을 건져올려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개구리는 자신이 낳은 올챙이는 잡아먹지 않나요?” 금세 자연과 하나가 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할 질문도 쏟아냈다. 두 딸과 함께 참석한 김성천(41)씨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도시 외곽에 있고 저층이어서인지 아담하고 조용해서 고향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전광영 관리사무소장은 “국민 10명 가운데 6명꼴로 사는 아파트가 곧 마을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육아 등 공통 관심사 따라 의기투합
삭막한 공간에 공동체 활기 불어넣어
“아파트 아니라 고향에 사는 것 같아” 주민들 대부분이 30~40대여서 으뜸가는 관심사는 아이 키우기다. 놀이터 2곳에는 전화부스를 개조해 무인도서관을 차렸다. 관리사무소에도 작은도서관이 있다. 5~6명이 둘러앉아서 책도 읽고, 회의도 한다. 양정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부모와 아이들의 나이가 엇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큰 차이가 없는 ‘공통분모’가 주민들을 돈독하게 묶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 임대아파트 입주민이라는 동질성도 주민들을 묶는 데 한몫했다. 7일 아파트 인근 고덕수변생태복원지 들머리에선 ‘특별한 손님’들이 생태학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소풍 가듯 생태탐사에 나선 이들은 아파트 주민과 아이 등 40명이었다. 아이들은 웅덩이에서 부평초를 헤치고 송장헤엄치개, 꼬마줄물방개 등을 건져올려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개구리는 자신이 낳은 올챙이는 잡아먹지 않나요?” 금세 자연과 하나가 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할 질문도 쏟아냈다. 두 딸과 함께 참석한 김성천(41)씨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도시 외곽에 있고 저층이어서인지 아담하고 조용해서 고향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전광영 관리사무소장은 “국민 10명 가운데 6명꼴로 사는 아파트가 곧 마을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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