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주민센터 앞 골목에 ‘효자골 밥집’이 문을 열었다. 주민들이 손수 음식을 만들고, 판매를 통한 수익금은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홀몸 노인 도시락 지원 등에 쓰인다. 춘천시문화재단 제공
춘천 효자1동 ‘낭만골목 만들기’
싼값에 판매…서로 음식 나누기도
수익금은 마을사업·독거노인 지원
싼값에 판매…서로 음식 나누기도
수익금은 마을사업·독거노인 지원
“효자골 밥집이 골목 이웃들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주민 50여명이 꾸린 낭만골목추진위원회가 1일 오전 효자1동주민센터 앞 골목에 ‘효자골 밥집’을 열었다. 밥집은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 먹자는 소박한 뜻에서 시작됐다. 틈틈이 한무더기씩 밥과 반찬을 싸와 이곳에서 나눠 먹기로 했다.
평상시에는 낭만골목추진위원회에 속한 솜씨 있는 주민들이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다. 국수 3000원, 백반 4000원 하는 ‘착한 식당’이다. 연중 어머니가 정성스레 차린 집밥 같은 밥상을 받을 수 있다. 수익금은 마을공동체 사업비, 홀몸 노인 도시락 나눠주기 사업 등 주민들을 위해 쓸 참이다.
식당이면서 사랑방으로 쓰일 80여㎡의 2층 공간은 김운배 낭만골목추진위원장이 선뜻 내놓았다. 김 위원장이 ‘복덕방’이란 이름의 작은 커피숍을 운영했던 곳이다. 주민들이 나무를 구해 식탁과 의자를 만드는 등 손수 새단장했다.
식당 안은 ‘효자동’이라는 이름을 낳은 조선 선조 때 효자 반희언의 설화로 꾸며져 뜻을 더하고 있다. 반희언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산삼을 구해 병든 어머니를 살려냈다. 주민들은 이 설화를 타일로 구운 뒤 벽에 붙였다. 음식을 담는 그릇에도 주민들이 손글씨로 개성 있게 쓴 ‘효자골 밥상’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동네 입구에 자리잡은 식당 바깥 벽에는 마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진전도 열 계획이다.
주민들이 골목 밥집을 연 것은 효자동의 옛 영화와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다. 효자동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춘천 제일의 지역이었지만 석사동·퇴계동 등에 새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뒷방 신세가 됐다. 5000여명이던 인구는 지금 3500명으로 줄었다. 김 위원장은 “효자동은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고 아기 울음소리도 끊어진 지 오래다. 어르신들도 외출을 꺼리고 사람들도 떠나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골목이 돼버렸다. 이런 마을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옛 효자동의 낭만을 되살리려는 뜻에서 밥집 개장 등을 담은 ‘낭만골목 만들기’ 사업을 창안했고, 지난해 춘천시문화재단의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골목에 새로운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강승진 춘천시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요즘 효자동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밥집 준비와 운영 등 주민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문화재단이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활기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 김옥련(60·여)씨는 “착한 가격으로 밥집을 열게 돼 이익이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밥집 운영을 통해 옛날처럼 이웃과 함께 얼굴을 보며 밥을 먹고,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