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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60대 할머니의 죽음’ 5년 만에 발견
겨울옷 아홉겹 껴입고 문앞엔 건보료 독촉장 수북

등록 2013-10-01 23:54수정 2013-10-02 08:19

부산 10만원 월세방서 백골로 발견
홀로 냉골서 추위에 떨다 숨진 듯
부산시내 주택에서 숨진 지 5년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이 백골 상태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옆방에 사는 이웃도, 집주인도 이 여성이 숨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노인의 날인 2일을 이틀 앞둔 지난 9월30일 오전 11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주택 단칸방에서 세들어 살던 김아무개(67)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64)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부산진경찰서가 1일 밝혔다. 집주인은 “김씨가 백골 상태로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숨진 김씨는 두꺼운 옷을 아홉겹이나 껴입고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집 냉장고 안에는 음식물이 없었으며, 거미줄이 쳐진 채 고장나 있었다.

집주인은 “김씨가 몇 년째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김씨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 집에 2008년 8월부터 체납됐다고 적힌 국민건강보험료 독촉장이 쌓여 있는 점, ‘2008년 김씨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이웃들의 진술, 김씨가 겨울옷을 두껍게 입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김씨가 5년 전인 2008년 겨울께 난방이 되지 않은 집에서 홀로 추위에 떨다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2층인 다가구주택의 1층에 보증금 700만원에 월세 10만원을 주고 1999년부터 10여㎡ 되는 방 한 칸에서 혼자 살았다. 이 다가구주택에는 2가구가 더 살고 있었으나 이웃들은 김씨가 숨진 것을 까맣게 몰랐다. 김씨가 절에 예불을 하러 가는 것 말고는 이웃과 교류가 없었다고 했다. 이웃들은 “김씨가 다른 사정으로 집을 비운 것으로 생각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김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지내면서 다른 가족이나 친인척과도 교류가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복 오빠를 찾아냈지만, 그는 몇 십년째 연락이 끊겼다며 김씨의 주검을 수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도 10여년 전부터 김씨와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월세가 밀리자 몇 차례 김씨 집을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고 보증금도 남아 있는 상태여서 발길을 돌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산진구도 김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점 등 때문에 그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선 올해 1월과 2월에도 숨진 지 각각 6년, 2년이 된 백골 상태의 주검이 잇따라 발견됐다. 모두 가족이나 이웃과의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 주택가에 살던 김씨가 숨진 지 5년이 지나도록 그의 죽음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씁쓸하다. 갈수록 세태가 각박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나홀로 사는 노인들을 파악해 정기적으로 생사를 확인하는 방법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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