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천 수달보호센터가 2년 8개월 동안 제기능을 잃으면서 상처입은 수달을 치료하는 웅덩이가 잡초만 무성한 채 내버려져 있다.
경북 봉화 운곡천 보호센터 군청과 마찰 32개월째 방치
경북 봉화군 운곡천은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태백산맥의 자락인 해발 1205m의 문수산에서 발원해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를 거쳐 26㎞를 달린 뒤 봉화군 명호면 소재리앞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이곳에서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어종으로 지정한 다묵 장어가 살고 쉬리, 모래무지 등 1급수 물고기들이 자주 눈에 띄인다. 운곡천은 우리나라 하천 가운데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이 가장 많이 산다. 이지역 주민들은 대낮에도 운곡천에서 수달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운곡천에서 살고 있는 수달이 대략 20마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봉화군은 운곡천 중류에 1999년 7월 4500만원을 들여 수달보호센터를 세웠다. 10여평 남짓한 웅덩이와 수달이 뛰어 놀수 있는 300여평 규모의 잔디와 모래밭 등의 시설을 꾸몄다. 이 지역에 사는 수달보호협회 박원수(48)회장이 임시로 만든 숙소에서 2년 6개월 동안 생활하며 수달보호센터를 꾸려왔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10여마리의 상처입은 수달을 치료한 뒤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3년 1월쯤 박 회장이 수달보호센터를 떠나면서 현재까지 2년 8개월 동안 수달보호센터가 제기능을 잃은 채 방치돼오고 있다. 그는 “예산지원 없이 어렵게 수달보호센터를 꾸려오면서 수달보호와 건설공사 등과 관련해 봉화군청과 마찰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운곡천 수달보호센터는 현재 다친 수달을 치료하는 웅덩이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물이 빠진 채 텅 비었고, 상처입은 수달이 몸을 회복하는 잔디와 모래밭은 잡초만 무성한 채 버려져 있다.
수달보호협회 박 회장은 “운곡천 수달보호센터가 몇년 동안 문을 닫으면서 봉화와 영주 등 경북북부 지역에서 다친 수달이 한해 10여마리씩 숨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수달 보호센터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에서 상처입은 수달은 한해동안 60∼70여마리에 이른다. 덫이나 올무에 걸리거나 길을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부상을 당하고, 때로는 건설공사 등으로 서식처가 파괴되면서 기아 상태의 새끼 수달이 발견되기도 한다.
한편, 봉화군청 관계자들은 “몇년 동안 다친 수달이 발견되지 않아 수달보호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한편, 봉화군청 관계자들은 “몇년 동안 다친 수달이 발견되지 않아 수달보호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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