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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아들 2명 먼저 보낸 어머니 산신령 말따라 3천탑 ‘차곡’

등록 2013-10-17 21:55

모정탑길
모정탑길
[사람과 풍경] 강릉 대기리 26년간 쌓은 돌탑길

2년전 작고뒤 관광 자원화
7~8월엔 관광객 2천명 찾아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3000여개의 돌탑이 산골마을의 관광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마을회는 18일 오전 대기리 노추산 모정탑길 어귀에서 ‘노추산 모정탑길 명품화 사업’ 준공식을 한다. 모정탑길(사진)은 2011년 숨진 차옥순(당시 68살)씨가 1986년부터 26년 동안 노추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쌓은 돌탑 길에 마을 주민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차씨가 쌓은 돌탑은 대기리 산촌체험학교에서 구절리 방향으로 4㎞ 남짓 가면 노추산 계곡을 따라 1㎞ 넘게 이어져 있다. 높이 1m에서 2m 넘는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고, 어른 두셋이 팔을 벌려 안아야 할 만큼 덩치 큰 돌탑도 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고즈넉한 산골 마을에 들어선 돌탑 3000개는 오늘도 떠난 차씨를 기다리고 있다.

차씨가 돌탑 쌓기에 몰두했던 이유는 아들 2명을 일찍 잃은 데 따른 상실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호영 왕산면사무소 총무 담당은 “돌탑을 쌓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차씨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꿈에서 만난 산신령에게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편안해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꿈에 본 계곡을 찾아 헤매다 이곳을 발견한 차씨는 겨울을 빼곤 움막 생활을 하면서 산에 널려 있는 돌을 등짐으로 날라 돌탑을 쌓았다. 지병으로 세상을 뜬 차씨는 ‘3000개의 돌탑을 완성했으니 잘 관리해달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들은 차씨의 뜻을 이어 돌탑도 보존하고 마을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노추산 모정탑길 명품화 사업이다. 강릉시에서 1억9000여만원을 지원받아 모정탑길 주변에 주차장, 다리, 캠핑장, 돌탑 체험장 등을 꾸몄다. 전대기 대기리정보화마을 사무장은 “할머니가 있을 때는 돌탑이 무너져도 금방 다시 세워졌다. 하지만 돌아가시고 난 뒤 관리가 어려워졌다. 돌탑길이 사라질 것을 걱정한 주민들이 돌탑을 잘 관리해 관광자원화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차씨의 사연과 함께 3000여개 돌탑 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7~8월엔 관광객 2000여명이 돌탑길을 찾았다. 함돈운(37·강릉시 입암동)씨는 “소문만 듣고 찾아갔는데 3000여개의 돌탑을 둘러보면서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의 의미, 모성애 등을 떠올려본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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