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매년 열어…운동장서 동문들 큰절 구설수 오르기도
대구공업고등학교 총동문회가 지난 8년 동안 매년 열어왔던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를 올해는 이례적으로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공고 총동문회는 18일 “2005년부터 매년 열었던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를 올해는 개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동문회는 매년 10월 전두환(82) 전 대통령을 학교로 초청해, 동문회 체육대회와 전두환 각하배 동문가족 초청 골프대회를 함께 열어왔다.
하지만 13일 열린 제34회 동문회 체육대회에는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74)씨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두환 각하배 동문가족초청 골프대회도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 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매년 동문회 체육대회와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에 참가해왔다.
이는 최근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하지 않던 추징금 환수 작업이 시작됐고 자녀까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참여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총동문회 입장에서도 매년 이맘때마다 끊임없이 학교가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총동문회 쪽은 “특별한 이유는 없으며 몇몇 동문 선배들 사이에서 올해는 골프대회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하지 않기로 결정된 것 같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안 하는 것인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1951년 대구공고를 졸업(제24회)한 전 전 대통령은 2010년 10월 동문회 체육대회에 참가해 기수 동문들로부터 운동장에서 큰절을 받아 논란을 일으켰다. 또 총동문회로부터 강연료 300만원을 받아 미납추징금으로 낸 사실이 밝혀져 비난 여론이 일었다. 당시 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 대구공고 누리집이 해킹돼, 몇일 동안 ‘학교에서 뭘배워’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만 나오는 등 누리집이 마비되기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총동문회가 학교 안에 ‘전두환 자료실’을 만들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폐쇄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올해 5월에도 총동문회가 재학생 1400여명이 이용하는 학교 누리집에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 ‘부정부패를 척결했다’ 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전 전 대통령의 찬양글을 올렸다가 비난여론에 삭제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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