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은 31일 자신들이 다니던 회사의 핵심 산업기술을 빼내 따로 회사를 차리고 제품을 만들어 판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아무개(43)·박아무개(3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이들이 설립한 회사법인과 이들에게 기술을 빼내준 박아무개(43)·고아무개(38)씨 등도 함께 입건했다.
김씨와 박씨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산업용 접착제와 코팅제 등을 생산하는 경남 양산의 ㅎ사 연구팀에서 근무하다 2008년 9월 함께 퇴사하면서 ㅎ사의 각종 제조기술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몰래 떼어내 가져나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2008년 9월과 지난해 10월 각각 울산 중구와 울주군에 접착제와 코팅제 생산업체를 차려 모두 1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입건된 박씨와 고씨는 김씨 등과 함께 근무했던 전·현직 ㅎ사 직원들로, 김씨 등이 따로 회사를 차려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 종류와 투입량, 작업방법 등이 기록된 ㅎ사의 작업지시서를 빼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이 ㅎ에서 빼낸 기술 가운데 ‘자동차 웨더스트립 코팅제’는 차 안에 물이나 소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문짝에 붙이는 고무의 성능을 오래 지속시키는 기능을 하는 화학제품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5개국만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ㅎ사가 7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제품이다. 김씨 등은 이 기술을 빼내 따로 제품을 만들면서 1㎏에 1만원이던 ㅎ사의 납품단가보다 200원 낮은 9800원에 제품을 유통시킴으로써 ㅎ사에 기존 거래처를 빼앗아 10억원(ㅎ사 주장)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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