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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태백 ‘세이프타운’ 1년만에 부도걱정

등록 2013-10-31 21:25

'세이프 타운': 재난체험 테마파크
산골 폐광지역 1790억 투자
1500명 수용가능 95만㎡ 터에
하루 관람객 고작 220여명
“평일 사람보기 힘들다”
지난 29일 오전 강원도 태백시 구문소동 95만㎡ 터에 자리잡은 ‘365세이프타운’ 방문객 주차장은 텅 비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하루 1500명이 이용할 수 있지만 이날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287명. 그나마 강릉과 동해, 경북 봉화 등에서 온 초등학교 5곳의 단체관람객이 220여명이었고 나머지 67명만 일반관람객이었다.

폐광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1790억원(국비 1133억, 지방비 657억)을 들여 지은 365세이프타운이 개장 1년 만에 지역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365세이프타운은 안전을 주제로 교육과 놀이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익적 테마파크를 내세우며 지난해 10월31일 장성·중앙·철암 등 3개 지구 형태로 문을 열었다. 산불과 지진, 풍수해, 눈 피해, 대테러 등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재난 체험 시설이다. 장성탄광 주변에 들어선 장성지구에선 모의 헬기를 타고 태백산 정상에서 산불 끄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실내·다리·도로에서 가상 지진 등을 경험하거나 눈사태 체험도 할 수 있다. 중앙지구에는 모험놀이 시설이 들어섰고, 철암지구에는 강원소방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체험관에서 만난 전아무개(34·여·강원 동해시)씨는 “지진체험관에선 갈라지고 무너지는 도로와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체험을 할 수 있었지만 지진의 위험성을 너무 흥미 위주로만 보여줬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대피 요령 등 교육적 내용이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장 1년 동안 방문객은 8만1480명으로 기대 이하다. 태백시에서 파견한 공무원 27명(기간제 포함)의 인건비를 빼더라도 한해 운영비만 40억원 가까이 든다. 어른 기준 2만원 안팎인 입장료 수입으로 이를 감당하려면 줄잡아 한해 20만명이 방문해야 하는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전체 직원 76명(공무원 27명, 일반 직원 49명)보다 관람객이 적을 때가 수두룩하다. 태백시는 해마다 20억원 이상을 이곳에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한 직원은 “지난 1년간 관람객을 한명도 받지 못한 날이 나흘이나 될 정도로 평일에는 사람 보기 힘들다. 언제까지 적자를 끌어안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정미(50·매점 운영)씨는 “손님이 너무 적어 적자다. 내년에는 운영을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365세이프타운의 적자와 파행은 이미 예견됐었다. 2006년 6월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태백 산골짜기까지 와서 누가 안전체험을 하겠느냐. 계획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신윤창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충분한 검토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사업을 추진해 결과적으로 지역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도 “태백뿐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가 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무조건 국비부터 따와 짓고 보자는 식으로 벌여놓은 사업 때문에 부도 직전이다.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피해를 책임지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365세이프타운 관계자는 “공익적 기능이 강한 만큼 정부에서 맡아 운영해야 한다. 방문객이 늘고 있어 적자 문제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백/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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