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배이상 잡혀 가격 폭락
어민 출어 포기…강원도 대책 부심
어민 출어 포기…강원도 대책 부심
“도루묵은 넘쳐나지만 기름값 빼면 남는 게 없어요. 도루묵을 잡아봤자 ‘말짱 도루묵’이라니까요.”
7일 백용기 강원도 고성군 거진어촌계장은 도루묵 풍어 소식을 전하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루묵은 알을 낳으려고 가까운 바다로 올라오는 11~12월이 제철이다. 요즘 도루묵은 뼈가 물러지고 살에 기름이 돋고 배에 알이 가득 차 맛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지금 도루묵은 어민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도루묵이 너무 많이 잡히자 아예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도 늘고 있다. 고성 대진항의 도루묵 어선 130여척 가운데 요즘 도루묵을 잡는 어선은 5척 정도다. 박복방 고성군 대진어촌계장은 “잡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더 떨어지니까 다들 도루묵은 쳐다도 안 본다. 출어를 포기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값이 떨어진 도루묵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도루묵은 올해만 1651t이 잡혔다. 최근 3년 평균(781t)에 견줘 2배 이상 많이 잡힌 셈이다.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값은 지난해 20마리 기준 6000~7000원이었는데 올해는 4000원까지 떨어졌다.
도루묵 값이 폭락하자 강원도는 ‘도루묵 수급 조절 및 가격안정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루 한차례로 조업 횟수를 줄이고, 어린 물고기 마구잡이를 막으려고 그물코 규격을 조정하는 등 어획량을 줄여 가격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도루묵 판매 촉진을 위한 축제까지 생겼다. 속초시는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실향민마을로 유명한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부둣가에서 올해 처음으로 ‘속초 아바이마을 알도루묵 축제’를 연다. 양양군 물치항에서도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5회 도루묵 축제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냉동 도루묵 판매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미처 다 팔지 못한 도루묵 10만5000상자가 냉동창고에 쌓이자 최문순 강원지사가 트위터를 통해서만 4만8000상자를 파는 등 도루묵 판매운동으로 겨우 냉동 도루묵을 처분했다.
이동철 강원도청 환동해본부장은 “도루묵 가격 회복을 위해선 소비 촉진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제철 도루묵을 많이 찾아달라”고 말했다.
고성/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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