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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압류 몰린 모녀의 비극 “딸아 미안해”

등록 2013-11-11 17:24수정 2013-11-11 21:05

대구서 엄마가 12살 딸 목졸라
남편 사망 뒤 대출빚에 허덕
자살하려다 경찰에 자진신고
11일 아침 7시55분 대구 달성경찰서에 112 신고가 접수됐다. “새벽에 내가 딸을 죽였어요.” 신고를 받고 대구 달성군 ㅅ아파트로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아침 8시20분께 경찰관들이 안방 문을 열자 초등학교 5학년생 ㄱ(11)양이 누운 채로 숨져 있었다. 옆에는 어머니 김아무개(43)씨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나 있었다. 방 한켠에는 김씨가 목숨을 끊으려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대구 달성지방산업단지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남편과 2001년 결혼했다. 돈이 없어서 결혼식은 치르지 못하고 혼인신고만 했다. 곧 예쁜 딸이 태어났다.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뜻밖의 불행은 2011년 찾아왔다. 집에서 잠자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남긴 것은 24년 된 낡은 58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59.5㎡)였다.

김씨는 혼자서 딸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뇌경색에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이 찾아왔다. 생활비를 벌 수가 없었다. 지난 2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됐지만 지원되는 돈은 매달 40만~50만원이었다.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2000여만원을 빌렸다. 보험회사에도 1500여만원의 빚을 냈다. 카드빚은 500만원 가까이 쌓였다. 며칠 전 은행에서 ‘11일까지 연체된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 석달치를 내지 않으면 경매에 들어간다’는 연락이 왔다. 보험회사와 카드회사도 ‘빚을 갚지 않으면 12일 압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딸과 함께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었다.

일요일이던 10일 밤 딸은 안방에서 잠들었다. 김씨는 잠들지 못했다. ‘내일이면 은행에서 아파트 경매 신청이 들어오고, 모레는 집안 곳곳에 붉은색 압류 딱지가 붙을 처지’였기 때문이다. 홀로 목숨을 끊을까 했지만, 잠든 딸의 얼굴을 보고서 ‘내가 죽으면 딸은 이 많은 빚을 짊어지고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걱정이 닥쳤다.

꼬박 밤을 새우던 11일 새벽 3시30분께 어머니 김씨는 잠든 딸의 목을 졸랐다. 그러고는 4시간 넘게 딸의 주검 옆에 앉아 울며 “미안하다”는 말만 하다 아침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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