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속’ 건의…검찰 ‘불구속’ 지시
수사권 조정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
검찰과 경찰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부동산과 주식을 산 한국노총 간부의 신병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31일 “지난해 3~4월 120여명한테 30만~1000만원씩 모두 1억80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대기업 노조위원장 겸 한국노총 울산본부 의장 ㅅ씨와 ㅅ씨에게 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ㅇ씨 등 70여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해 4월 총선에서 ㄴ당 후보로 출마한 ㅅ씨는 불법 정치자금 1억8000여만원을 장롱 속에 보관하다가 가족과 아내 친구 명의의 차명계좌 4개에 분산 입금한 뒤 부동산 600여평을 사들이고 주식에 투자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10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ㅅ씨와 그의 가족 등의 은행계좌 수십개를 추적하는 등 지난 3개월동안 기획수사를 한 경찰은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린 검찰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최근 투표권을 가진 학교운영위원과 전국 소년체전 관계자에게 150여만원의 향응과 금품을 건넨 김석기 울산시교육감을 구속시킨 것을 감안하면, ㅅ씨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지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ㅅ씨의 죄질이 나쁘고 다른 사건과 형평성을 들어 검찰과의 사전 협의 때 구속을 건의했으나 검찰이 불구속 지시를 내려 허탈했다”며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수사권 조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은 “애초 경찰이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고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불법 정치자금의 출처와 사용내역이 분명하지 않는 등 수사내용에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며 “수사권 조정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수사내용에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며 “정치자금을 건넨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이고 소액 단위로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