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운항 단축해 남긴 경유를 개인 승용차에 사용
경유차만 몰면서 지난 2년 동안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은 기록이 거의 없는 공무원들….
경북 안동시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에는 청원경찰을 빼고 공무원 18명이 근무한다. 소장 등 5명은 내근직이고, 나머지 13명은 외근직이다. 외근직은 안동·임하호에서 배를 운행해 손님들을 실어주는 항해장과 기관장, 항해원들이다.
이상한 것은 이들 내근직 13명이 모두 경유차를 쓴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고는 신용카드로 결제한 적은 거의 없다. 현금영수증도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운항 일지를 조작하거나 손님들을 실어주는 선박에서 경유를 빼돌려 개인 승용차에 쓴 혐의(절도 등)로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 공무원 이아무개(65)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공무원 장아무개(44)씨 등 5명은 2월부터 8개월 동안 32차례에 걸쳐 운항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도선의 경유를 남겨 경유 1300ℓ를 빼돌려 개인 승용차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무원 이아무개(48)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마치 운항한 것처럼 모두 134차례 운항일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외근직 13명은 경유차를 쓰면서도 지난 2년 동안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은 기록이 없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현금으로 주유를 했기 때문에 신용카드 기록에 남지 않았던 것 뿐이지, 배의 기름을 훔친 것은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들은 연료를 주유한 현금영수증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값을 사면서도 현금영수증을 꼬박꼬박 챙기기도 했던 이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에서 구입한 경유가 모두 2만4500ℓ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빼돌린 기름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기록은 없으면서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고 현금으로 계산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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