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50)씨
30년전 미국 건너간 장 폴씨
고교생 때인 80년 전남도청 사수
계엄군 진입 전날에 탈출 죄책감
“촛불집회 가서 부정선거 알릴 참”
고교생 때인 80년 전남도청 사수
계엄군 진입 전날에 탈출 죄책감
“촛불집회 가서 부정선거 알릴 참”
“1980년 5월 최후까지 (항쟁거점인 시민군 본부) 전남도청을 함께 지키지 못한 5·18 부채의식 때문에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자,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처음으로 공식 촉구하는 자리에 동참하려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 요구 등을 외면해온 데 항의해 지난 22일 저녁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박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 참여한 재미동포 장 폴(50·사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33년 전 광주에서 피로써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사회·문화 불평등은 참을 수 있지만, 정치 불평등은 견딜 수가 없다. 정치 불평등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그 어떤 영역보다 넓고 깊으며 오래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국가기관들의 불법 선거 개입 실체를 접하면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는 1963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고교를 다녔다. 1982년 전남대에 합격했으나 부상당한 동료들을 보는 게 괴로워 미국으로 건너갔다. 최근에는 고국에 돌아와 머물고 있다.
“고교 2학년 때인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 전날인) 1980년 5월26일 밤 10시 전남도청에 있었어요. 당시 대학생 형들이 ‘고교생과 여학생들은 다 나가라. 너희들은 살아남아서 역사의 진실을 전해라’고 말했어요. 형들을 남겨두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속에 살았어요. 오랫동안 바지에 대못을 가지고 다니며 광주 그날이 생각날 때마다 대못으로 허벅지를 찔렀어요. 그러면 그 순간만큼은 심한 통증 때문에 그날의 기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어요.”
그는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이 지속되면 전국 각지의 촛불집회 현장을 방문해 불법·부정선거의 문제점을 알릴 참이다. “그것이 5월 영령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라고 장씨는 말했다.
군산/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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