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서 “차관” 소개하고 홍보
4300만원 들여 임대헬기 제공도
시 “당일 참석자 변경…차관보급”
4300만원 들여 임대헬기 제공도
시 “당일 참석자 변경…차관보급”
강원 삼척시가 가스 관련 심포지엄을 열면서 러시아 정부 차관이 참석한 것처럼 속인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고 있다. 삼척시는 가짜 러시아 차관을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헬리콥터까지 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척시는 지난 10월14일부터 3일 동안 ‘2013 삼척 세계 가스에너지 및 가스관천연가스(PNG)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남·북·러 가스관천연가스 터미널 유치를 위한 것으로, 삼척시는 5억원을 들여 행사를 열었다. 문제는 삼척시가 참석자 가운데 세묜 다닐로프를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라고 소개하고 러시아 연방정부의 차관이 참석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당시 언론에는 세묜 다닐로프와 김대수 삼척시장이 함께 있는 사진이 제공되기도 했다.
또 삼척시는 행사 당일인 10월14일 세묜 다닐로프가 대구의 다른 일정 때문에 심포지엄 개막 행사에 참석이 어렵게 되자 4300만원에 임대한 헬리콥터까지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 헬기는 세묜 다닐로프 등 5명을 태우고 대구를 이륙해 삼척까지 운행했다.
이광우 삼척시의원은 4일 “심포지엄에서 러시아 정부 차관으로 소개된 세묜 다닐로프에 대해 외교부에 신분 확인을 요청했더니 차관이 아니었다. 삼척시가 시민들의 세금으로 공무를 집행하면서 시민들을 속이고 무시했다”고 폭로했다. 가짜 차관 사건이 알려지자 시의원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나서 삼척시가 남·북·러 가스관천연가스 터미널 유치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김병율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삼척시의 행태는 마치 가스관천연가스 터미널 유치가 삼척시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쇼’를 한 것이다. 혈세를 낭비하고 시민을 속이는 사기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을 미룬 채 김대수 삼척시장에게 가짜 러시아 차관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5억원의 심포지엄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유명호 삼척부시장은 “행사일까지도 차관이 오기로 돼 있었는데 갑자기 참석자가 변경됐다. 세묜 다닐로프가 차관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 연방정부 에너지관리청의 고위직 공무원으로 한국의 차관보급에 해당한다. 예우 차원에서 차관이라고 소개했을 뿐 속일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남·북·러 가스관천연가스 사업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하거나 압축하지 않고 가스관을 통해 북한 동해안을 거쳐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업으로 한국의 가스관 노선과 종착지 등이 확정되지 않아 삼척·인천·평택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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