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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문자’ 교감 징계도, 대구대 총장 선임도 ‘머나먼 길’

등록 2013-12-08 21:58

대구대 등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영광학원의 이사회가 예정돼 있던 지난달 27일 오후, 영광학원 사무국이 있는 대구대 대명캠퍼스에서 대구광명·보명학교 학부모들이 교장 중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구대 등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영광학원의 이사회가 예정돼 있던 지난달 27일 오후, 영광학원 사무국이 있는 대구대 대명캠퍼스에서 대구광명·보명학교 학부모들이 교장 중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남 쏙] 영광학원 ‘비리재단’ 복귀가 부른 내홍
대구대학교, 대구광명학교·대구보명학교가 총장, 학교장이 공석인 상태로 석달 넘게 홍역을 겪고 있다. 비리로 물러났던 옛 재단 쪽이 17년 만에 복귀한 뒤 벌어진 일이다. 교수·학생·학부모 사이에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학비리 드러나 임시이사 체제
대구대 17년 동안 급성장했지만…
옛재단 돌아와 학교쪽과 주도권 마찰

재단쪽 이사들 불참 탓 이사회 무산
안건 쌓였는데 처리못하고 방치중
교육부는 대책 못 내놓고 ‘전전긍긍’
“학생한테 고스란히 피해 전가”

“우리는 대학 민주화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재단 이사회는 홍덕률 총장 후보 당선자를 즉시 임명해야 합니다. 경북대·영남대·계명대·경일대·대구한의대·대구대 6개 대학 민주동문회 일동.” 지난달 27일 대구대 대명캠퍼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펼침막이 가득했다.

정문 왼쪽에는 천막농성장이 있었다.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인 대구보명학교와 대구광명학교의 학부모 20여명이 차린 것이다. 지난 8월26일부터 ‘학교장을 중임시켜달라’며 지금까지 농성하는 현장이다. 천막 뒤쪽에는 “보명·광명학교 학부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대구 남구에 있는 대구대 대명캠퍼스에는 대구대 사학재단인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운영하는 특수학교 5곳이 모여 있다. 본관 5층 재단 사무국 앞에선 특수학교 학부모 10여명이 돗자리를 깔고 농성중이었다. 광명학교 학부모 김미애(51)씨는 “아이가 곧 졸업하는데, 학교가 학생 취업을 위해 뛰어줘야 하는 때다. 그런데 석달째 교장은 없고 교감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보명학교 학부모 배영옥(52)씨는 “학생들을 잘 지도하는 좋은 교장이었다. 당연히 9월에 중임될 줄 알았다. 옛 재단 쪽 이사들이 이사회에 나오지 않아 중임 안건이 처리되지 않는다는데, 이건 이사들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 이곳에서는 이사회가 예정돼 있었다. 대구대 총장과 대구사이버대 총장의 임명건, 보명·광명학교장 중임건, 개방이사 선임건 등이 안건이었다. 하지만 이상희 이사장과 이근용 이사만 나왔고, 옛 재단 쪽 이사 3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정이사 체제가 출범한 2011년 11월 이후 20차례 이사회가 열렸는데, 옛 재단 쪽 이사들은 11차례나 이사회에 불참했다.

■ 정이사 체제로 돌렸지만… 대구대 재단은 1946년 이영식(1894~1981) 목사가 만든 학교법인이다. 56년 대구대가 개교했고, 이후 대구광명·보명·영화·보건·덕희학교와 포항명도학교 등 특수학교 6곳이 문을 열었다. 대구사이버대, 대구대 부속 유치원 2곳도 설립됐다. 대구대 초대 총장은 이 목사의 아들 이태영(1929~95)씨였다.

대구대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이 총장이 88년 10월 질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건너가면서부터였다. 대구대 운영에 이 총장의 아내 고은애(83)씨와 측근들이 개입했다. 그런데 입시 부정과 학교 예산 운영 등과 관련해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학내 분규가 일어났다. 93년 7월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대구대의 많은 비리가 드러났다. 지적된 부정·부당 건수가 36건, 교육부가 재단에 징계를 요구한 사람만 175명이나 됐다.

대학 비리가 확인되자 교수와 학생들은 재단 이사들과 대구대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농성에 나섰다. 학내 분규가 격심해지자 교육부는 94년 2월 ‘영광학원 임원 승인 취소 및 임시이사 파견’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당시 교육부는 “지금 이사회는 법인 및 대학을 정상화시킬 의지나 능력도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씨 등 옛 재단 쪽이 물러서면서 학내 분규 사태는 일단락됐다. 임시이사 체제가 들어선 뒤로 대구대는 급성장했다. 93년과 지난해를 견줘보면, 대구대 한해 예산액은 446억원에서 2296억원으로 늘었다. 자산은 908억원에서 4306억원으로, 적립금은 77억원에서 1168억원으로 급증했다. 학생 수도 1만5049명에서 2만80명으로 증가했다. 학생 수나 캠퍼스 면적, 예산 등 규모로 보면 국내 20위 안에 드는 4년제 사립대학으로 성장했다.

그런 대구대가 다시 내홍을 겪게 된 것은 임시이사 체제 17년 만인 2011년 7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부터였다. 이명박 정부는 대구대·동덕여대 등 10곳을 정이사 체제로 돌리며 비리 등으로 물러났던 옛 재단 쪽의 복귀를 허용했다. 옛 재단 쪽에 법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사 추천권을 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이상희·이근용·함귀용·양승두·박영선·황수관씨 등 정이사(임기 4년) 6명과 김홍원 임시이사(임기 1년) 1명을 선임했다. 옛 재단 추천 이사가 3명(함귀용·양승두·박영선) 포함됐고,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이사는 2명(이상희·이근용)이었다. 이근용 이사는 이태영 총장의 장남이다. 황수관·김홍원 이사는 교과부가 추천했다. 옛 재단 쪽을 복귀시키는 대신 의결에 필요한 과반수(4명)를 내주지 않은 일종의 절충이었다.

하지만 옛 재단 쪽 이사들과 학교 구성원 쪽 이사들은 번번이 의견 대립을 보였고 지난해 12월 양쪽의 이사 비율이 깨지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황수관 이사가 갑자기 숨을 거뒀고, 교과부가 보낸 편호범 임시이사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전체 이사는 5명으로 줄었고, 옛 재단 쪽 이사들(3명)이 학교 구성원 쪽 이사들(2명)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어느 쪽도 의결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고, 삐걱거리던 이사회는 사실상 기능을 멈췄다.

■ 대학·특수학교들 ‘표류’ 재단 이사회의 파행이 이어지며, 여파는 대구대는 물론이고 특수학교들로 번졌다.

황수관 이사의 후임도, 8월로 임기가 끝난 대구광명학교·대구보명학교 교장의 후임도 아직 비어 있다. 교장 직무대리를 맡은 한 교감은 지난 10월 기간제 여교사에게 음란한 메시지를 보냈다가 적발됐다. 대구시교육청은 교감 해임을 재단에 요구했는데, 징계를 의결할 이사회가 열리지 못한 탓에 교감이 아직까지 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교수·교직원들이 참여한 총장 선거에서 56% 넘는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홍덕률 대구대 총장도 이사회 인준이 나오지 않아 지난달 교수로 돌아갔다. 대구사이버대 총장도 9월부터 비어 있다. 이 사태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면 대구대 졸업생들은 ‘총장 직무대행’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받게 된다.

대구대 교수회와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옛 재단 이사들에게 이사회 참여와 개방이사 선임, 홍 총장 인준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회 의장(경제학)은 “이태영 총장이 숨진 뒤 학교를 잘 모르는 가족들이 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하다가 쫓겨났는데, 17년 만에 학교 운영에 개입하겠다고 나서면서 이런 사태로 번졌다. 설립자 가족이라고 해도 대학은 사유재산권 개념이 아니라 공공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규 대구대 총대의원회 의장(24·부동산학과 3년)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고 교육부의 각종 제재를 받을 수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옛 재단 쪽 이사들은 이사회에 나와 학교 구성원들이 뽑은 홍 총장의 연임안 등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립자의 손자이면서 학교 구성원 쪽인 이근용 이사도 “옛 재단 쪽 이사들의 이사회 불참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에 돌아가고 있다. 이제라도 이사회에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옛 재단 쪽 이사들은 요지부동이다. 교육부가 황 이사 후임을 개방이사로 뽑아야 한다는 지침을 보냈고 학교 구성원들도 이를 요구하고 있지만, 옛 재단 이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대학 총장 임명, 특수학교 교장 중임 문제도 학교 구성원 쪽 이사들과 달리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옛 재단 쪽인 함귀용 이사는 “학부모들의 시위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학교가 아닌 서울 등 다른 곳에서 이사회를 열어야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인섭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아직 없고, 다양한 각도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9일 오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영광학원 사태를 보고할 예정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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