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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충남, 피해야할 행정용어 90% 사용…국어책임관들은 “내가 담당이라고?”

등록 2013-12-11 08:02수정 2013-12-11 08:38

서은아 교수, 도·15개 시·군 분석
순화대상 302개중 270개 안고쳐
국어책임관, 활동없고 전문성낮아
내년 조례 제정·위탁교육 추진
2005년 국어기본법이 만들어졌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국어책임관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은 물론 순화해서 써야 할 행정용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상명대 국어문화원 서은아 연구교수가 지난 6~8월 충남도와 15개 시·군 누리집에 있는 보도자료·공고문·고시문 따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순화 대상 행정용어 302개 가운데 270개가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사용된 낱말들의 빈도수를 세어보니 32만개가 훌쩍 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행정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순화 대상 용어 302개를 고시해 중앙행정기관·지자체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되도록 쓰는 것을 피해야 할 순화 대상 용어 가운데 충남도와 각 시·군에서 습관처럼 많이 쓰이는 낱말들은 파일(9.9%)과 동법(同法·7.4%), 투어(6.4%), 소요(4.8%) 차례로 많았다. 이 낱말들은 각각 ‘서류묶음, 같은 법, 여행·관광, 필요’로 바꿔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 교수가 지난 10월1~15일 충남과 서울·경기 등에 사는 4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시민들은 행정용어를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랜드마크·로드맵·태스크포스·팸투어 따위의 낱말에 대해 응답자들 가운데 ‘정확한 뜻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8~36%였다. 사회기반시설 또는 사회간접자본을 가리키는 에스오시(SOC)를 두고는 정확히 뜻을 아는 응답자가 6.3%에 그쳤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와 시·군 국어책임관들의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어책임관은 국어기본법 10조에 따라 국어 발전과 보전 업무를 총괄하도록 돼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공동연수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15개 시·군 국어책임관들의 활동은 대부분 ‘해당사항 없음’으로 돼 있다. 지자체의 국어 업무를 대부분 서무 담당자나 예술행사 담당자가 맡고 있어 업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데다 전문성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충남도 문화예술과 이용선 주무관은 “지난달 공동연수회를 앞두고 시·군에 자료를 요청해보니 부서에서 국어 업무를 한다는 것을 처음 아는 경우는 물론 담당 과장들은 자신이 국어책임관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내년에 ‘충청남도 알기 쉬운 공공언어 사용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부서별 평가 뒤 뒤떨어지는 곳은 위탁교육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할 참이다.

서은아 연구교수는 “공무원들이 알기 쉬운 공공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도록 하고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은 어려운 행정용어 탓에 공공기관에서 낭비되는 비용이 2010년 기준 1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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