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리는 탄신제와 추도식 행사에 구미시가 지원하는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행사가 커지며 박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추도식을 놓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구미시는 17일 “올해 박 전 대통령 탄신제에 8122만원, 추도식에 185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2008년 박 전 대통령 탄신제 행사 때만 하더라도 구미시는 446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2009년 15배에 가까운 6325만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7950만원이 지원됐다. 추도식 행사도 마찬가지다. 2008년 구미시가 지원한 예산은 751만원에서 2010년 갑절(1546만원)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1877만원을 지원했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는 매년 11월14일과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추도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구미문화재단과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에서 행사를 열고, 구미시가 예산을 지원한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11월14일 구미에서 태어나 1979년 10월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박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추도식은 원래 소규모로 치러졌다. 하지만 탄신제는 2009년, 추도식은 2010년 행사 규모가 급격히 커지며 지원되는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구미시와 구미문화재단,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가 추도식과 탄신제를 전국적인 행사로 키우자고 논의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객이 연 50만명을 넘어선 때였다. 박 전 대통령 생가에는 2008년 48만5800명이 다녀갔고 2009년 51만95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55만4310명이 방문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올해는 15일까지 65만4780명이 다녀갔다.
박 전 대통령 탄신제와 추도식에 구미시가 지원하는 예산이 늘어나자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수민 구미시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양분되는 상황에서 예산으로 행사를 지원하는 것 보다는 지지자들이 부담해 자발적으로 행사를 여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매년 행사가 거대하게 열리면 ‘박 전 대통령은 훌륭한 분이구나’라고만 생각할 것 같아 교육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쪽은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고 구미시민들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관련 행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행사 규모가 커졌던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어나면 지역 경제가 좋아지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