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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백사장앞 101층 건물…“지역 개발” vs “경관 훼손”

등록 2013-12-22 20:14수정 2013-12-23 09:16

2018년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바로 앞 해운대 관광리조트 부지에는 101층 호텔 1채와 85층 아파트 2채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현재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앞에는 특급호텔 4곳(팔레드시즈·파라다이스·노보텔·웨스틴조선)이 있는데 해안 경관 보존을 위해 20층 이하로 건축됐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2018년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바로 앞 해운대 관광리조트 부지에는 101층 호텔 1채와 85층 아파트 2채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현재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앞에는 특급호텔 4곳(팔레드시즈·파라다이스·노보텔·웨스틴조선)이 있는데 해안 경관 보존을 위해 20층 이하로 건축됐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지역 쏙]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 갈등
‘피서 1번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한겨울에도 뜨겁다. 부산시가 백사장 앞에 초고층 호텔·아파트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역경제 발전을 내세우는 반면, 시민·환경단체들은 공공재인 해수욕장을 망치는 토건행정이라고 비판한다.

#1. 10월28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과 이웃한 해운대 관광리조트 예정 터에서 울려퍼진 축포 소리가 백사장을 거닐던 관광객들의 귓전을 때렸다. 관광리조트 기공식을 축하하는 자리엔 허남식 부산시장과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2. 10월17일 저녁 부산진구 양정동 맥줏집에선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 승인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낸 시민단체들이 소송 비용을 마련하려 하루 호프 행사를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리조트가 들어서면 해운대의 빼어난 경관이 여지없이 파괴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름철 하루 피서객이 100만명을 넘고 연간 1000만명이 찾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시끌시끌하다. 부산시가 백사장 코앞에 높이 400m가 넘는 101층 특급호텔과 85층 초고층 아파트 두 채를 짓는 사업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민단체들은 민간사업자한테 특혜를 주며 자연경관을 망치는 토건행정이라고 정면 비판한다.

■ 해운대해수욕장 앞 411m 호텔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2018년까지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사계절 체류형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뼈대다.

건물들의 연면적은 66만77㎡에 이른다. 101층 호텔 높이는 411.6m로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건물 가운데 가장 높다. 이 건물에 6성급 관광호텔 296실과 주거형 일반호텔 561실을 들인다. 85층 아파트 두 채는 높이가 333~339m로 882가구를 들인다. 세 건물 아래쪽을 둥글게 연결하는 지하 5층, 지상 7층의 건물(포디움)에는 온천, 물놀이시설, 쇼핑몰,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7년 전인 200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가 관광특구지역인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백사장 앞의 온천센터 예정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하면서 부산시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이듬해 6월 부산도시공사는 해운대 관광리조트 민간사업자를 찾는 공고를 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짓지 않고 호텔·콘도 같은 상업시설만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3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냈다. 그해 12월 청안건설㈜ 등 20여곳이 참여한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이 부산도시공사와 사업협약을 맺었다. 3년쯤 뒤인 2011년 4월 이 컨소시엄은 ㈜엘시티피에프브이(엘시티PFV)로 이름을 바꾸고, 그해 10월 부산시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다시 2년 지난 10월28일 마침내 기공식을 열었다. 사업권을 따낸 지 6년 만이었다.

정경호 부산시 관광단지 지원 담당은 사단법인 한국워터프런트연구협의회가 추산한 자료를 들어, 건설 기간의 생산유발 효과와 소득 및 부가가치 파급 효과가 약 9조원에 이르고, 7만4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연간 방문객이 4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상업시설만 짓는 조건으로
7년전 엘시티가 사업권 따내

시, 지구 변경 85층 아파트 2동
높이 411m 특급 호텔 건설 계획
환경영향평가 제외·도로 공원 조성
주거용 호텔, 중국 투자이민 유치

시민단체 “특혜 거듭…나쁜 선례”
시 “오해…투자위해 수익나게 해야”

■ 파격적인 잇단 지원 6년 사이 부산시는 잦은 설계 변경과 사업계획 변경을 허용해 수익성을 키울 수 있게 해줬다.

먼저 애초 짓지 못하도록 했던 아파트 건설을 허용했다. 예정 터는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한 중심지 미관지구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위원장은 행정부시장)는 2009년 12월 전체 터를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했다. 애초 지으려던 콘도 대신에 아파트 건설 길을 터준 것이다. 2009년 1월 인근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며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해달라고 했으나 해운대구가 허가하지 않았던 것에 견주면, 부산시의 조처는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백사장 바로 앞에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해줬다. 해안경관 개선 지침은 해안과 접한 남쪽은 60m, 북쪽은 21m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연면적이 66만77㎡로 서울 63빌딩의 4배에 이르는데도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았다. 부산시가 사업계획을 승인한 2011년 10월, 당시 부산시 조례엔 연면적 기준은 없고 대지 면적이 12만5000㎡ 이상일 때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이후엔 연면적이 10만㎡를 넘거나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조례가 개정됐다.

부산시는 주변 도로와 공원을 지어주기로도 했다. 부산도시공사가 사유지 1만7590㎡를 사들여 도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부산시 건축위원회(위원장은 부산시 건축정책관)는 사업자 쪽에 ‘주변의 너비 10~15m의 1~3차로를 너비 20m의 4차로로 변경하는 것을 부산시 및 부산도시공사와 협의하라’고만 했다. 사업자는 주변 도로 등의 건설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특혜 공방 부산 시민·환경단체들은 부산시가 ‘민간사업자한테 특혜를 주고 있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윤일성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해운대 관광리조트는 민간사업자의 탐욕과 부산시의 불의한 도시행정이 결탁한 대표적인 토건행정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오래된 호텔 등이 이 사업 허가를 선례 삼아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해운대해수욕장은 초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이게 된다. 부산시가 천혜의 공공 자산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아파트와 상업시설에 몰릴 차량들로 교통난이 심해지고, 초고층 건물이 풍향을 바꿔 조류 방향에 영향을 주면 백사장 모래 유실 등의 피해가 예상되며 건축공사 소음·먼지 등의 피해도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산시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특혜를 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했다는 것이다.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수익이 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논리도 편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사더라도 결과적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이 사업 승인을 취소하라며 부산시를 상대로 2011년 낸 행정소송은 부산지법 행정1부가 올해 2월 사업을 취소할 만큼 피해가 크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고법에 항소했다.

■ 분양, 예상대로? 사업자는 새해 들어 주거용 일반호텔과 아파트의 분양에 나선다. 해운대구에 분양 승인을 신청할 참이다. 엘시티는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 협약을 맺었다. 엘시티는 국내에서 아파트를, 중국 업체는 중국 투자자들 상대로 주거용 호텔을 분양하기로 했다.

엘시티는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2500만~3000만원으로 예상했다. 서울 강남의 새 아파트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엘시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운대해수욕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입지 조건과 뛰어난 시설 등을 고려하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주거형 호텔의 분양도 자신했다. 해운대 관광특구가 올해 5월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7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외국인한테 거주 자격을 주고 투자 5년 뒤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반면 아파트 분양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구당 191.7~247.9㎡(58~75평형)여서 수요층이 두텁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인근 초고층 아파트단지인 마린시티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3.3㎡당 분양가가 지금까지 2000만원을 넘지 않았던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대형 아파트들도 초기 분양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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