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ㅇ(20)씨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지난 3월27일 한 산부인과에서 낳았다. 부모에게는 말도 못했고, 남자친구마저 군에 입대해 어디에도 의지할 데가 없었다. 병원비조차 마련할 길이 없던 ㅇ씨는 인터넷에서 ‘아기를 입양하고 싶다’는 오아무개(34·여)씨의 글을 보고, 고민 끝에 그에게 연락했다.
ㅇ씨는 병원비 35만원을 은행계좌로 보내준 오씨에게 믿음이 갔다. 병원에서 퇴원한 ㅇ씨는 지난 4월1일 경남 창원시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씨를 만나 “아이를 잘 키워주세요”라고 당부하며 그에게 아이를 건넸다.
하지만 오씨는 아이를 데려온 지 닷새만에 친정 아버지(64)와 아는 보험설계사 이아무개(51)씨를 증명인으로 내세워 자신이 직접 낳은 것처럼 아이의 출생 신고를 했다. 오씨는 출생 신고를 한 다음 날부터 나흘 동안 아이 앞으로 16개 보험을 가입했다.
2010년 보험설계사로 두달가량 일했던 오씨는 보험에 중복 가입해도 입원비는 보험사별로 지급한다는 점을 알고 16개 보험사에 입원비 특약을 들었고, 이후 “아이가 기관지염에 걸렸다” “장염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고 속여 아이를 2주씩 모두 9차례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이용해 타낸 보험금만 2200만원이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아이를 이용한 오씨의 보험금 타내기는 끝났다. 오씨는 경찰에서도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2월 유산을 하며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은 병원 기록이 나오자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ㅇ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오씨 가족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탄원서를 냈다. 아이는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으며, 호적 정정과 법적 입양절차를 통해 새 부모를 찾을 예정이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4일 오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오씨의 아버지와 보험설계사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오씨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남편(44)과 큰딸(10), 둘째딸(7) 명의로 41개 보험에 가입해 가짜로 입원하는 방법으로 2억8000만원가량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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