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과학고 유치 조건 내건
동구 ‘50억 약정금’ 이행 안돼
교육청, 법원에 청구소송 준비
“명문고 유치 경쟁이 빚은 촌극”
동구 ‘50억 약정금’ 이행 안돼
교육청, 법원에 청구소송 준비
“명문고 유치 경쟁이 빚은 촌극”
대구 동구가 50억여원을 내놓는 조건으로 대구일과학고를 유치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아 대구시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4일 “동구가 대구일과학고 유치 조건으로 약속한 약정금을 내지 않아 법원에 약정금 이행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현재 관련 자료를 검토해 소장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동구는 2009년 6월30일 시교육청과 ‘대구 과학고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대구일과학고를 동구에 유치하면 학교가 들어설 땅 3만3000㎡를 무상 임대해주고, 2010년 말까지 전체 건축비의 20%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마다 실험·실습기구 구입비의 10%와 장학금 3000만원, 학교운영비 7000만원을 내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그러나 동구는 2011년 3월1일 대구일과학고 개교 이후에도 약속한 약정금을 내지 않았다. 땅만 제공했고, 3년 동안 내놓은 돈은 장학금과 학교운영비 1억원에 불과했다. 동구가 내지 않은 돈은 건축비 43억원, 실험·실습기구 구입비 5억원, 장학금·학교운영비 2억원 등 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시교육청이 소송 움직임을 보이자 동구는 올해부터 5년 동안 건축비 43억원을 나눠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구는 내년 예산안에 6억원을 편성했지만 동구의회는 1억원만 남기고 모두 삭감했다.
이정섭 동구 평생학습과장은 “일부러 돈을 내놓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학교로 쓸 땅을 사들이는 데 이미 83억원을 사용했고 사회복지비 지출 증가로 예산 사정이 어려워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는 명문고 유치에 혈안이 된 지방자치단체들의 출혈경쟁이 낳은 후유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한해 앞둔 2009년 당시 대구일과학고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중구와 수성구를 제외한 나머지 대구지역 6개 지자체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구시교육청은 2009년 3월30일 학교위치선정위원회를 열어 가장 파격적인 지원안을 제시한 동구의 손을 들어줬다.
황순규 동구의원은 “명문고를 ‘경매’에 내놓아 지자체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긴 대구시교육청과 명문고 유치에만 사활을 걸었던 동구가 함께 빚어낸 웃지 못할 사건이다. 학교 설립을 좀더 공공적 성격의 문제로 접근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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