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6동 어린이도서관 ‘햇빛따라’에서 대구 서구의회 장태수 구의원이 의정활동 보고서를 주민에게 건네며 지난해 자신의 의정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 쏙]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서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서는 무척 드물다. 비용 부담에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더 신경쓰는 분위기 등이 작용한 탓이다. 오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서야 준비하는 이들도 있지만, 해마다 꼬박꼬박 보고서를 펴내는 지방의원들도 있다.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집 우편함에 ‘이런 일을 했고 저런 지역 민원을 해결했습니다’라고 알리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서가 꽂혀 있곤 한다. 그런데 우리 동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서 제작·배포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그 경비를 지원받는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드느니 지역구 국회의원을 돕는 쪽이 당선에 더 유리하다’고 여기는 지방의원들도 있다. 유권자들이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서를 접하기 쉽지 않은 배경에는 경제적 부담 말고도, 지역구 국회의원에 종속된 지방정치의 현실이 녹아 있다.
■ “지방의원도 의정활동 보고서 내나요?” 각 지역에서 4년 임기 동안 해마다 꼬박꼬박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지방의원은 손에 꼽힐 정도다. 내더라도 대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번 정도 의정활동 보고서를 낸다. 상당수 주민이 우리 동네 지방의원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현실에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라도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려보려는 의도다. 6월4일 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최근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지방의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지방의원은 임기 동안 의정활동 보고서를 단 한번도 내지 않는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전체 의원 53명 가운데 지난달까지 의정활동 보고서를 낸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울산시의회 전체 25명 의원 가운데 3명만 의정활동 보고서를 냈다. 대전시의회에서도 의정활동 보고서를 낸 의원은 전체 22명 가운데 4명으로 파악됐다. 연초에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낼 계획을 세워둔 지방의원도 상당수지만, 실제 몇 명이 보고서를 낼지는 미지수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구와 광주에선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지방의원이 더 적다. 대구시의회에서는 지난달까지 전체 33명 가운데 단 1명만 의정활동 보고서를 냈다. 경북도의회는 전체 63명 가운데 의정활동 보고서는 아무도 내지 않았다. 광주시의회도 전체 26명 가운데 아직 의정활동 보고서를 낸 사람이 없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 공천권 쥐어
“지역 국회의원 돕는게 당선에 유리”
임기내 발간 안하는 의원 수두룩 악조건 속 매년 발간하는 극소수 의원
제작·발행비 연봉 절반 넘게 들어
돈 아끼려 발로 뛰며 배달하기도
“국회의원처럼 비용 지원해줘야”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먼저 꼽는다. 세금으로 의정활동 보고서 제작비와 발송비를 지원해주는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은 아무런 지원이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개 지방의원들은 2만~3만부가량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데, 제작비만 5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우편발송을 하려면 우편료를 포함한 발송비가 1700만원쯤 든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려면 모두 2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광역의원 연봉이 5000만원, 기초의원이 3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해마다 자비로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들어 보내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지방의원들은 돈을 아끼려 직접 동네를 돌며 의정활동 보고서를 주민들에게 건네기도 한다. 시간이 들더라도 유권자인 주민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 부담 때문에 몇 천부만 만들어 일부에만 전하기도 한다. 올해 의정활동 보고서를 낼 계획인 이관형(48·민주당) 강원도의원은 “지방의원이 1년마다 선거구민에게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어 보고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지원이 없어 힘들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데 관심이 덜한 이면에는 지방의원에서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서열적인 지방정치 문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본선 경쟁이 치열한 일부 선거구를 빼고는 지방의원들은 주민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에 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주민들과의 소통 수단인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성향에 따라선 지방의원이 의정활동 보고서를 낼 때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배포하는 걸 마치 ‘튀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다. 대구지역 초선 기초의원은 “이맘때가 되면 자신이 아닌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고서를 나눠주는 지방의원들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지방의원들의 현실이다. 같은 돈을 들여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들 바에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는 게 당선에 더 유리하다고 여겨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 그래도 의정활동 보고서 내는 지방의원들 이런 가운데도 해마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꼬박꼬박 펴내는 지방의원도 있다. 서울시의회 오승록(44·민주당) 의원은 매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고 있다. 보통 12쪽으로 내는데 3만여부를 만들면 제작비만 700만원쯤 든다고 한다. 우편발송비가 1300만원이나 드는 탓에 직접 지역구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민들에게 일일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처음엔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이나 잡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의정활동 보고서를 건네며 나를 소개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하면 주민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의회 부의장인 장태수(42·노동당) 의원은 민선 3기(2002~2006년)와 5기(2010~2014년) 지방선거에 당선한 재선의원이다. 그는 2011년만 빼고 임기 동안 매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엔 한해 동안 무엇을 했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지 등을 담았다. 통상 8쪽으로 의정활동 보고서를 발간해 주민들에게 배포하면 400만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제작비를 아끼려고 의정활동 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기획하고, 동네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보고서를 건넨다. 한해 연봉이 3000만원을 조금 넘는데 보고서를 제작·배포하는 비용이 꽤 부담된다고 했다. 장 의원은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해마다 의정활동을 보고하는 것은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내고 나눠주면서, 나의 의정활동을 정리하고 이후에 더 활발하게 뛰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기초지방의원 115명 가운데 거의 해마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낸 이는 장 의원과 황순규(33·진보당) 동구의원 2명뿐이다. 황 의원은 2010년 당선된 뒤로 매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내왔다. 그는 “지방의원에게도 우편발송료를 할인하거나 하는 보고서 발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역대 최연소 지방의원 당선자인 황 의원은 페이스북 등에도 의정활동 내용과 사진 등을 올린다고 했다. 대구/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지역 국회의원 돕는게 당선에 유리”
임기내 발간 안하는 의원 수두룩 악조건 속 매년 발간하는 극소수 의원
제작·발행비 연봉 절반 넘게 들어
돈 아끼려 발로 뛰며 배달하기도
“국회의원처럼 비용 지원해줘야”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먼저 꼽는다. 세금으로 의정활동 보고서 제작비와 발송비를 지원해주는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은 아무런 지원이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개 지방의원들은 2만~3만부가량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데, 제작비만 5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우편발송을 하려면 우편료를 포함한 발송비가 1700만원쯤 든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려면 모두 2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광역의원 연봉이 5000만원, 기초의원이 3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해마다 자비로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들어 보내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지방의원들은 돈을 아끼려 직접 동네를 돌며 의정활동 보고서를 주민들에게 건네기도 한다. 시간이 들더라도 유권자인 주민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 부담 때문에 몇 천부만 만들어 일부에만 전하기도 한다. 올해 의정활동 보고서를 낼 계획인 이관형(48·민주당) 강원도의원은 “지방의원이 1년마다 선거구민에게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어 보고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지원이 없어 힘들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데 관심이 덜한 이면에는 지방의원에서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서열적인 지방정치 문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본선 경쟁이 치열한 일부 선거구를 빼고는 지방의원들은 주민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에 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주민들과의 소통 수단인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성향에 따라선 지방의원이 의정활동 보고서를 낼 때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배포하는 걸 마치 ‘튀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다. 대구지역 초선 기초의원은 “이맘때가 되면 자신이 아닌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고서를 나눠주는 지방의원들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지방의원들의 현실이다. 같은 돈을 들여 의정활동 보고서를 만들 바에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는 게 당선에 더 유리하다고 여겨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 그래도 의정활동 보고서 내는 지방의원들 이런 가운데도 해마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꼬박꼬박 펴내는 지방의원도 있다. 서울시의회 오승록(44·민주당) 의원은 매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내고 있다. 보통 12쪽으로 내는데 3만여부를 만들면 제작비만 700만원쯤 든다고 한다. 우편발송비가 1300만원이나 드는 탓에 직접 지역구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민들에게 일일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처음엔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이나 잡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의정활동 보고서를 건네며 나를 소개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하면 주민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의회 부의장인 장태수(42·노동당) 의원은 민선 3기(2002~2006년)와 5기(2010~2014년) 지방선거에 당선한 재선의원이다. 그는 2011년만 빼고 임기 동안 매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엔 한해 동안 무엇을 했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지 등을 담았다. 통상 8쪽으로 의정활동 보고서를 발간해 주민들에게 배포하면 400만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제작비를 아끼려고 의정활동 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기획하고, 동네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보고서를 건넨다. 한해 연봉이 3000만원을 조금 넘는데 보고서를 제작·배포하는 비용이 꽤 부담된다고 했다. 장 의원은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해마다 의정활동을 보고하는 것은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내고 나눠주면서, 나의 의정활동을 정리하고 이후에 더 활발하게 뛰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기초지방의원 115명 가운데 거의 해마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낸 이는 장 의원과 황순규(33·진보당) 동구의원 2명뿐이다. 황 의원은 2010년 당선된 뒤로 매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펴내왔다. 그는 “지방의원에게도 우편발송료를 할인하거나 하는 보고서 발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역대 최연소 지방의원 당선자인 황 의원은 페이스북 등에도 의정활동 내용과 사진 등을 올린다고 했다. 대구/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