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못느끼는 충동조절장애로
배고플 때마다 물건 훔쳐 7차례 입건
배고플 때마다 물건 훔쳐 7차례 입건
이아무개(17)군은 지난 5일 저녁 7시께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남의 집에 들어가 노트북 컴퓨터를 훔치다 집주인에게 들켜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군을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군은 최근 18개월 사이에 7차례나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다 붙잡혔다. 지적장애 3급인 이군은 물건을 훔치는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2012년 8월 첫 범행 직후 자기통제 능력이 부족한 충동조절장애 진단을 받고 2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퇴원한 뒤 또다시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지난해 3월에는 부산의 한 장애인학교에 입학해 한달쯤 다니다, 다시 입원해 충동조절장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8개월간의 치료를 끝내고 지난달 퇴원한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이군은 또다시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집에는 아버지(52)뿐이다. 이군의 아버지는 10여년 전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가 됐고, 어머니는 이혼을 하고 떠났다. 이씨 부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정부 보조금으로 살고 있다. 사실상 가정에서 방치된 이군은 배가 고프면 집을 나가 남의 집에서 금품을 훔친다.
그러나 이군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허술하다. 부산 해운대구 관계자는 7일 “장애인이 자립할 때까지 소규모 시설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그룹홈 제도가 있지만, 이군의 경우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선뜻 나서는 곳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인력 부족으로 이군을 세심하게 보살피기 힘든 상황이다. 장애인단체들 역시 이군처럼 범죄를 저지른 지적장애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응이나 치료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이군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병원 치료비 지원이 고작이었다.
부산지역 한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는 “구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병원 치료와 사회적응 교육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이군의 사회적응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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