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전주에서 만들어진 완판본 글씨가 디지털로 부활했다.
완판본은 조선 후기 전주(옛 이름 완산)를 중심으로 발간한 옛 책과 그 판본을 말한다. 조선시대 목판인쇄는 서울의 경판, 경기도 안성의 안성판, 대구 달성판, 전주 완판본이 있었다. 완판본은 전라감영으로부터 이어진 출판기술과 명품 전주한지, 판소리 사설이 합쳐져 만들어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사회적 기업 마당은 완판본 목판의 글꼴을 활용한 디지털 글꼴 ‘완판본 마당체’ 2종을 개발했다. 글꼴은 목각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완판본 마당 각체’와 부드러움을 강조한 ‘완판본 마당 순체’이다. 마당이 5000만원을 투자해 글씨체 제작 전문업체인 태시스템에 의뢰해 6개월을 거쳐 완성했다.
완판본 <춘향전>에서 글씨를 추출한 뒤 수정과 글자간격 조정을 거쳐 기본 글자를 완성했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으로 조합이 가능한 한글 1만1172자를 모두 디지털화했다. 글자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에 주력했다. 완판본 고전소설 글씨체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다.
홍성덕 전주대 교수는 “그동안 지역에서 완판본의 역사적 가치나 내용에 대한 연구는 지속했지만 콘텐츠 제작은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전통문화 브랜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웅기 마당 이사장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완판본을 박물관 유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활용하도록 하려고 추진했다. 이 지역 정체성을 담은 글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판본 마당체는 윈도와 맥 운영체제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2종의 글꼴을 담은 시디는 1개당 2만5000원에 판매한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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