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동 아파트단지 밀집지
농식품부 장관 승인만 남아
시민단체 등 항의 회견
농식품부 장관 승인만 남아
시민단체 등 항의 회견
한국마사회에서 대전에 있는 ‘마권 장외 발매장’(화상 경마장)을 갑절로 넓히려고 하자 지역 주민·시민단체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이번 기회에 시설 자체를 시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주민 40여명은 8일 대전시 서구 월평동 한국마사회 대전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권 장외 발매장으로 인해 대전 시민은 폭발 직전이다. 한국마사회가 이제라도 마권 장외 발매장 확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1997년 7월 월평동 계룡건설 건물에 들어선 마권 장외 발매장은 건물 2~6층에 입장 정원 3388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7~12층을 사용하던 계룡건설이 다음달 이전하면 이곳까지 모두 10개 층으로 시설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관람시설의 바닥 면적을 늘리는 경우에 해당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주민·시민단체들은 마권 장외 발매장이 도박 중독을 부추기고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난, 유흥업소 증가로 지역 교육·생활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매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는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있으며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주거지역이다. 김대승 월평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마권 장외 발매장은 백해무익하다. 지역에 들어서는 순간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문학 대전시 서구의원은 “월평동은 지금도 충분히 아프다. 마사회에서 확장 계획을 철회하고 이전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주민들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를 보면, 월평동 발매장의 1명당 평균 발매액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그래픽) 2010년 1명당 마권 발매액이 32만5800원이었지만 2012년 62만8400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발매장 입장 인원은 69만6943명에서 39만8259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 자료는 입장 인원이 반토막 났는데도 1명당 발매액이 두배로 증가한 것은 그만큼 도박 중독이 심각해졌다는 것을 가리키고, 마권 장외 발매장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실제 경마장 이용자보다 30%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또 2012년 한국마사회 매출액의 72%가 장외 발매장 수입이며, 2012년 월평동 발매장에서 이용자들이 잃은 돈이 675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한국마사회 대전지사 쪽은 “공간이 두배로 늘지만 입장 정원을 늘리지 않고 모든 층을 1인 1석의 지정좌석실로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정동 연대기획팀장은 “2003년 하루 평균 입장 인원이 5000명을 넘기도 했으며, 정원은 마사회에서 언제든 임의로 바꿀 수 있다. 결국 시설을 확장한 뒤 입장 정원을 늘리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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