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자기숙사 성폭행 이어
도서관 샤워실서 성폭행 신고
출입 제한 없고 CCTV 무용지물
“학교 쪽 보안 대책 강화해야”
도서관 샤워실서 성폭행 신고
출입 제한 없고 CCTV 무용지물
“학교 쪽 보안 대책 강화해야”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잠자던 여대생이 침입한 남성한테 성폭행을 당한 데 이어, 부산의 또다른 대학 도서관에서 외부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여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15일 ㄱ대학 도서관 여자 샤워실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김아무개(29)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휴대전화 채팅을 통해 만난 ㄴ(23·여·무직)씨를 지난 14일 저녁 9시께 ㄱ대 중앙도서관 1층 여자 샤워실에 데려가 성폭행한 뒤 ㄴ씨의 휴대전화와 가방을 가지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는 ㄴ씨한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하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제안해 ㄱ대 인근 지하철역에서 ㄴ씨를 만났으며, ㄴ씨가 ‘돈을 먼저 달라’고 하자 ‘ㄱ대 연구원인데 지금 돈이 없으니 연구실로 가서 돈을 주겠다’며 ㄴ씨를 ㄱ대 중앙도서관 여자 샤워실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ㄴ씨는 이날 저녁 9시29분께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저녁 9시35분께 중앙도서관에서 400여m 떨어진 곳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경찰에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서관으로 유인하면 ㄴ씨가 조건 만남을 그만둘 줄 알았다. ㄴ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두 사람은 아무런 제지 없이 도서관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1층 여자 샤워실로 가는 복도 천장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1대가 설치돼 있지만, 이 대학 보안 관리자는 김씨가 여자 샤워실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카메라가 여자 샤워실 출입문까지는 촬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학 4학년 추아무개(23·여)씨는 “학교 안에서 성폭행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중앙도서관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학교 쪽에서 체계적인 보안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ㄷ대 여자 기숙사에서는 이아무개(26)씨가 새벽 2시23분께 침입해 잠자던 ㄹ(19)씨를 성폭행한 뒤 달아났다. ㄷ대 기숙사는 새벽 1~4시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고, 기숙사생도 신분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지만 이씨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갔다. ㄷ대는 뒤늦게 여자 기숙사 안팎에 폐회로텔레비전 20여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열쇠로 잠그던 방 출입문을 자동으로 잠그는 장치(디지털 도어록)로 교체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는 지난해 11월 이씨한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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