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제한 과잉금지 원칙 위배”
20년 넘게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데 악용됐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은택)는 15일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3조1항3호가 위헌·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재심중인 이아무개(63)씨는 지난해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집시법의 다른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은 있었으나, 이 조항에 대해서는 처음이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기본권 제한의 한계인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집회·시위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조항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구체적인 형벌 구성요건을 정하지 않고 추상적이어서 국민이 무엇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인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63년 집시법 제정 이후 유신독재정권 때와 전두환 정권 때를 거치며 26년 동안 유지되다가, 1989년 3월 집시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삭제됐다.
전도사였던 이씨는 1978년 8월 전북 전주에서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인 혐의로 이듬해인 1979년 2월 1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선고돼 그해 9월 형이 확정됐다. 적용된 혐의는 집시법 3조1항3호 위반 등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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