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지요. 불안불안해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고창군 신림면 농장에서 씨오리 1만500여마리를 공급받아 사육중인 전북 정읍 김아무개씨는 19일 “의심 신고가 접수됐던 지난 16일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아직까진 괜찮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군 농장 2곳으로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산되자, 농가들은 짙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림면 농장에서 씨오리 7500마리를 공급받은 전북 익산 최아무개(54)씨도 “처음 겪는 일이라 불안감이 크다. 축사 소독을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닭고기 생산·가공업체인 전북 익산 ㈜하림도 곧바로 상황실을 차려 철새도래지 주변 계약 사육농가 등에 대한 방역상태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하림은 240여 농가와 닭 1600만마리를 계약 사육 중이다. 김대식 하림 홍보부장은 “지금 유통되는 닭고기는 감염되지 않았다”며 소비 위축을 경계했다.
이달 초까지 가창오리 등 철새들이 머물렀던 고천암이 있는 해남군의 닭·오리 농가 37곳도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김석우 해남군 가축방역 담당은 “철새 분변으로 인한 감염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은 감염 확산을 막으려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전북도는 이동통제초소를 91곳, 거점 소독장소를 81곳으로 늘렸다. 전남도도 이동 통제초소 64곳, 축산차량 전용 소독장소 58곳을 가동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담화문을 내어 신속한 질병 종식을 위해 일시 이동중지 조처와 방역에 협조해줄 것을 농가에 당부했다.
고창군 감염 농장 인근의 양계농가 오세진(51)씨는 “출하를 제때 못 하면 좁은 양계장에서 닭이 죽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제대로 보상할지 걱정했다. 전북 고창과 인접한 전남 장성군 삼서면에서 오리 2만여마리를 키우는 윤영호(63)씨는 “내일 부산으로 오리 1000마리를 보내야 하는데, 이동제한 조처로 못 하게 됐다”며 불안감을 내보였다.
닭·오리 9만여마리를 살처분해 매몰작업이 벌어지자 후속조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북 고창군 신림면 오리농가 주변의 마을이장 유시환(41)씨는 “몇 년 전 구제역 사태 때 살처분한 가축의 매립지에서 핏물이 유출된 현장이 보도된 적이 있다. 이번 매립지도 마을과 가까워 주민들이 불안해하는데, 신뢰할 만한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 광주/박임근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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