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따라 전국 확산 우려
전북 고창군 성내면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7일 고창군 일대에서 수거한 야생 철새 폐사체를 검사한 결과 조류인플루엔자로 확인됐다. 앞서 확진된 오리들과 같은 ‘H5N8’형”이라고 밝혔다. 동림저수지는 앞서 조류인플루엔자 고병원성 확진을 받은 전북 고창군 신림면과 부안군 줄포면 오리 농가에서 직선거리로 5㎞ 정도 떨어져 있다. 철새에 의한 감염이 확실시되는 정황이다.
야생 오리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방역 활동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현재 전북권을 중심으로 확산 저지를 위한 방어선을 구축한 상황이지만, 철새의 이동경로에 따라 동시다발적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겨울은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 가창오리 가운데 상당수가 전남·경남 등지로 남하하지 않고 전북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한 방역당국은 감염 가능성이 큰 가창오리의 비행경로를 파악해, 이동 경로를 따라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창군 동림저수지와, 인근 금강호·영암호 등이 주요 대상이다. 동림저수지에는 현재 가창오리와 큰고니, 작은고니 등 철새 10여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밖에도 전국 37개 주요 철새도래지에 대해서도 방역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가창오리의 정확한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도 동원하기로 했다. 환경부 김종률 생물다양성과장은 “가창오리는 포획이 쉽지 않아 위성항법장치를 부착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장치를 부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전국 철새도래지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전남·전북·경남의 수렵장 10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가축방역협의회를 소집해 20일 밤 12시까지로 돼 있던 이동중지 명령을 예정대로 해제했다. 야생 철새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됐지만, 농가 단위 소독과 농장간 이동제한이 방역작업의 핵심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 일대에서 살처분된 오리와 닭은 모두 15만5000여마리에 이른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23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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