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이동중지’도 무력
일부선 차량통제 제대로 안돼
일부선 차량통제 제대로 안돼
* 3중 방어망 : 반경 500m·3㎞·10㎞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북 고창·부안에서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21일엔 방역 방어망 바깥에서 추가로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동중인 방역 방어체제가 효과를 낼지를 두고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첫 감염 신고 닷새 만인 21일 추가로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전북 고창군 해리면 오리농가는 최초 발생한 고창군 신림면 씨오리농장에서 서남쪽으로 19㎞ 떨어져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는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m, 3㎞, 10㎞ 지역을 오염·위험·경계지역으로 설정해, 단계별로 살처분 및 방역·소독을 가동했다. 그러나 ‘3중 방역망’도 넘어선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농식품부는 사상 처음으로 종사자와 차량, 물품의 이동을 제한하는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하며 감염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썼으나 이마저 뚫리고 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첫 발생이 확인된 17일 정부와 지자체는 이동통제초소와 거점 소독장소를 가동하며 방어에 나섰다. 이어 17~18일 잇따라 감염 신고가 들어와 모두 확인되자 전북도는 19일 이동통제초소, 거점 소독장소를 172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일 밤에야 겨우 해당 시설을 갖췄다. 성신상 전북도 농수산국장은 “소독장소 1곳 설치에 4~5시간이 걸리고 전북에 설치 업체가 5곳뿐이어서 20일 밤에야 겨우 시설 설치를 마쳤다”고 말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차량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떼죽음한 가창오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20일 동림저수지로 가는 도로에선 한때 차량들이 방역 조처 없이 그대로 통과할 수 있었다.
전남에선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오리농가로부터 오리를 공급받은 도축장을 뒤늦게 폐쇄하는 등 후유증이 극심하다. 감염 확진 판정을 나온 전북 부안군 오리 농가에서 전남 나주 ㅅ도축장에 오리 6240마리가 공급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동중지 명령 이전에 유통된 것이다. 전남도는 21일 ㅅ도축장을 폐쇄하고, 이곳에서 도축돼 시중에 유통된 오리 8200마리를 걷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안군 감염 농장의 오리들은 17일 나주·함평 등지에서 반입한 1만3500마리와 섞여 한꺼번에 도축됐다. 시중으로 유통되지 않은 1만1540마리는 함평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두석 전남도 축산정책과장은 “문제의 부안산 오리는 포장지에 생산 농가를 표시하기 위해 함평 가공공장 창고에 보관중이어서 유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도축장에서 함께 도축돼 시중에 유통된 오리들도 감염이 의심되는 만큼 전량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광주/박임근 안관옥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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