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 아토피 고통에 ‘극단적 선택’한 엄마

병원 다니고 민간요법 써봤지만
효과없자 딸 살해 뒤 자살한듯

지난 20일 오후 5시50분께 부산 사상구 ㅈ(33)씨 집에서 ㅈ씨와 딸 ㄱ(7)양이 숨져 있는 것을 ㅈ씨의 시어머니 ㅇ(57)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거실에선 “연고를 너무 사용해 딸한테 쿠싱 증후군이 온 듯하다. 나의 무심함이 아이를 망쳐버렸다. 나중에 올 후유증이 너무 겁난다. 막내딸(3)을 잘 부탁한다. 정말 미안하다”는 내용의 ㅈ씨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ㅈ씨는 5년 전부터 ㄱ양이 아토피를 앓자 전국 아토피 전문병원을 찾아다니며 딸을 치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ㅈ씨는 또 아토피 치료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민간요법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딸의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ㅈ씨는 딸이 가려움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하자 염증과 통증을 덜어주는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발라주면서 쿠싱 증후군(스테로이드 과다 투약에 의한 대사 불균형) 등 부작용이 나타날까봐 걱정했다.

ㅈ씨의 시어머니는 경찰에서 “지난 19일 며느리가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딸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 때문에 딸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ㅈ씨가 아토피로 고통받는 딸을 더는 볼 수 없어 딸을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수 부산대병원 교수(피부과)는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할 때는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가장 먼저 사용한다. 하지만 환자에 맞게 기간도 고려해 처방하기 때문에 자주 발라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구나 쿠싱 증후군은 스테로이드 약을 무분별하게 먹을 때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제 연고로는 성장장애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