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협회서 소유권 넘겨받은뒤
병원 운영방향 놓고 내부 갈등
시민대책위 “공공성 침해” 우려
오늘 재단이사회 병원운영 논의
병원 운영방향 놓고 내부 갈등
시민대책위 “공공성 침해” 우려
오늘 재단이사회 병원운영 논의
* 카프병원 : 알코올 치료·재활전문
재정난으로 지난해 6월 문을 닫은 뒤 성공회대학교로 소유권이 넘어간 국내 유일의 알코올 치료·재활 전문병원인 ‘카프병원’에 대해 시민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달 30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재단) 산하의 카프병원을 인수해 사업을 승계하기로 보건복지부·한국주류산업협회와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카프병원은 주류산업협회가 2004년 경기도 고양시에 설립한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연간 5000명 이상의 알코올중독 환자를 치료했다. 하지만 주류협회가 2010년부터 연 50억원씩 출연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다가 지난해 문을 닫아 환자 100여명이 강제 퇴원당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는 등 재개원을 요구해왔다.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으로 꾸려진 ‘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 공공성 확보 시민대책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어 “성공회대가 카프의 치료·재활사업의 공공적 성격과 공익적 가치를 잘 구현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인수 절차를 함께 논의해왔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구성이나 병원 재개원, 치료·재활사업과 인수 자산의 운영원칙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이어 △카프재단의 통합적 치료재활모델을 온전히 승계하고 △카프의 자산이 알코올 치료재활사업과 알코올 환자를 위해서만 쓰이도록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병원운영위원회 구성해 기금 운영, 고용승계와 근로조건을 투명하게 협의할 것 등을 성공회대에 요구했다.
정철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카프분회장은 “성공회대는 주류협회와 다를 것이라는 시민사회와 환자·가족의 기대가 크다. 시민사회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쌓을 수 있도록 협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탁무권 성공회대 재단 이사는 “카프병원은 사회적 자산이므로 운영자가 바뀌더라도 공공의료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 병원을 설립, 운영, 지원해온 주체가 있는 만큼 각 주체의 의견을 존중해 거버넌스(협치) 형태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탁 이사는 병원 운영책임자 선정과 운영 방향을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인수위원장직에서 최근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회대는 23일 재단 이사회를 열어 카프병원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인수 협상에 나섰던 이종구 성공회대 부총장은 “협상을 맡은 교수들과 적자를 걱정하는 재단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는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병원 정상화와 공공의료의 조속한 재개라는 전략적 목표에 대한 합의”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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