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경기도에 국내 지점을 잇따라 낼 예정인 가운데 14일 오후 고양시 일산 이케아 병행수입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수도권 쏙] 이케아 광명·고양 매장 오픈 ‘시끌’
경기도 파주시에 유통 대기업의 진출이 잇따른 가운데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광명시와 고양시에 국내 지점들을 연달
아 열 예정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막다른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며 힘겨운 싸움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유통 대기업의 진출이 잇따른 가운데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광명시와 고양시에 국내 지점들을 연달
아 열 예정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막다른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며 힘겨운 싸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룡 가구기업이 수도권에 들어오면 한국 가구산업은 몇 년 안에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말로만 서민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하지 말고, 죽어가는 소상공인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난해 43조원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IKEA)가 경기도 광명시와 고양시에 직영 지점을 잇따라 준비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자, 소상공인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케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세계 42개국 345개 매장에서 조립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다. 이케아는 올해 안에 광명시 일원동 고속전철(KTX) 광명역 역세권에 4만3346㎡(1만3000여평) 한국 1호점을 내는 데 이어, 고양시에도 2호점을 내려고 지난해 12월 말 덕양구 원흥지구 5만1297㎡(1만5000여평)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들였다.
경기도에 이케아가 진출하면 전국적으로 영세업체들이 많은 가구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가구업계는 우려한다. 고양시는 국내 가구제조업체 100여곳, 가구유통업체 250여곳이 가구단지를 형성해 ‘한국 가구산업의 심장부’로 꼽힌다. 1970년대 초 고양시 식사동·덕이동에 국내 첫 가구공단이 조성된 곳으로, 일산새도시 건설로 제조공장은 상당수 파주·포천 등지로 옮겨가고 유통단지로 거듭났다. 경기도에는 전국 가구업 종사자의 47%가 밀집돼 있다. 생산액이 연 10조3337억원인 국내 가구업체는 2만6129곳(제조업 1만722곳, 도소매업 1만5407곳)인데, 94%인 2만4538곳이 직원 10명 미만 영세업체이고 업체당 평균 종사자수는 4명이다.
광명 이어 고양시 2호점 부지 매입
가구 종사자 절반 모인 수도권 공략
직원 10명 이하 영세 사업장이 94%
공룡기업 출현에 생존위기 내몰려
LH, 고양시 부지 용도 변경하며
싼값에 이케아와 ‘극비 매매계약’
경기도의회 “부지매입 철회 촉구” 고양가구단지 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골리앗 앞에 선 다윗으로 비유했다. 고양에서 40년간 가구업을 해왔다는 박광서(60)씨는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데다 젊은이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해 중소 가구업자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값싼 가구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이케아까지 들어오면 중소 가구업체들은 거의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답답해했다. 고양시가구협동조합은 올해 들어 곧바로 ‘이케아 고양 입점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토지주택공사에 부지 매각 계약 철회 등을 촉구하고 경기도·고양시, 정치인들에게 대책을 호소하며 이케아 입점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토지주택공사가 서민들을 보금자리 택지지구로 개발해 아파트형 공장을 들이려던 자족시설 부지를 자족·유통시설 부지로 용도변경한 뒤 이케아와 극비리에 매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점희(59)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시계획 결정 권한을 가진 고양시마저 모르게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평당 470만원이란 싼값으로, 그것도 3년 무이자 분할 상환 조건으로 매각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와 고양시의회도 최근 ‘이케아의 고양시 원흥지구 부지 매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대표 발의한 김영환 경기도의원(민주당·고양)은 “이케아 광명 1호점이 광명·부천·안양·안산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인데, 2호점이 고양에 들어서면 고양·파주·양주·포천 등 경기 북부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도의원은 이케아와 토지주택공사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광명 1호점 7만8000여㎡에 대한 사업계획을 냈다가 석 달 만에 2만8000여㎡를 팔아 차익금 66억원을 챙긴 뒤 곧바로 고양 원흥지구 부지를 매입했는데, 토지주택공사의 지원과 물밑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창기 엘에이치 고양사업단 판매부장은 “여러 차례 매각 공고를 냈으며 이케아에 특혜를 준 건 없다. 해약하면 많은 위약금을 물어야 하므로 계약 철회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국내 시장 진출을 계기로 가구산업의 체질 강화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은조(54) 포천시가구조합 이사장은 “적어도 10여년 전부터 대비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가구학교를 세워 우수 기능인을 양성하고, 품질 좋은 가구를 만들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말 ‘가구산업 종합발전계획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응전략으로 디자인·품질·가격 차별화, 지역밀착형 마케팅 강화, 중소가구산업의 파트너십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등이 제시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가구종합지원센터, 공동전시판매장,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 등에 투자해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가구 종사자 절반 모인 수도권 공략
직원 10명 이하 영세 사업장이 94%
공룡기업 출현에 생존위기 내몰려
LH, 고양시 부지 용도 변경하며
싼값에 이케아와 ‘극비 매매계약’
경기도의회 “부지매입 철회 촉구” 고양가구단지 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골리앗 앞에 선 다윗으로 비유했다. 고양에서 40년간 가구업을 해왔다는 박광서(60)씨는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데다 젊은이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해 중소 가구업자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값싼 가구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이케아까지 들어오면 중소 가구업체들은 거의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답답해했다. 고양시가구협동조합은 올해 들어 곧바로 ‘이케아 고양 입점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토지주택공사에 부지 매각 계약 철회 등을 촉구하고 경기도·고양시, 정치인들에게 대책을 호소하며 이케아 입점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토지주택공사가 서민들을 보금자리 택지지구로 개발해 아파트형 공장을 들이려던 자족시설 부지를 자족·유통시설 부지로 용도변경한 뒤 이케아와 극비리에 매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점희(59)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시계획 결정 권한을 가진 고양시마저 모르게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평당 470만원이란 싼값으로, 그것도 3년 무이자 분할 상환 조건으로 매각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와 고양시의회도 최근 ‘이케아의 고양시 원흥지구 부지 매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대표 발의한 김영환 경기도의원(민주당·고양)은 “이케아 광명 1호점이 광명·부천·안양·안산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인데, 2호점이 고양에 들어서면 고양·파주·양주·포천 등 경기 북부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도의원은 이케아와 토지주택공사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광명 1호점 7만8000여㎡에 대한 사업계획을 냈다가 석 달 만에 2만8000여㎡를 팔아 차익금 66억원을 챙긴 뒤 곧바로 고양 원흥지구 부지를 매입했는데, 토지주택공사의 지원과 물밑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창기 엘에이치 고양사업단 판매부장은 “여러 차례 매각 공고를 냈으며 이케아에 특혜를 준 건 없다. 해약하면 많은 위약금을 물어야 하므로 계약 철회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국내 시장 진출을 계기로 가구산업의 체질 강화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은조(54) 포천시가구조합 이사장은 “적어도 10여년 전부터 대비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가구학교를 세워 우수 기능인을 양성하고, 품질 좋은 가구를 만들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말 ‘가구산업 종합발전계획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응전략으로 디자인·품질·가격 차별화, 지역밀착형 마케팅 강화, 중소가구산업의 파트너십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등이 제시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가구종합지원센터, 공동전시판매장,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 등에 투자해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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