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지난 18일 일본 이와쿠니시를 방문해 벽제관 육각정의 조기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양시 제공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들
일 이와쿠니시 찾아 시위
일 이와쿠니시 찾아 시위
경기도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 13명이 지난해 2월에 이어 1년 만인 18~19일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를 다시 방문해 벽제관 육각정의 조기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20일 밝혔다.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회는 이날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망언이 잇따른 가운데, 이와쿠니시가 육각정 반환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다시 시위에 나섰다”고 했다.
벽제관은 조선시대 서울~베이징 왕복 1555㎞(6222리)를 오가던 중국과 조선의 사신이 입경 전 마지막 머물렀던 객관으로, 1625년(인조 3년)에 지금의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으로 옮겨졌다. 인근에 조선왕릉이 있어 행궁으로도 사용했다고도 한다.
벽제관 육각정은 벽제관지(사적 144호)의 현존하는 유일한 문화유산으로,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 2대 총독인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임진왜란 벽제관 전투의 승전을 기념해 불법 반출해 자신의 고향인 이와쿠니시의 모미지다니공원에 설치했다. 공원 주변에는 벽제관 전투에 참가했던 일본군 장수들의 묘지가 있다.
하세가와의 생가터에는 ‘대정 5년(1916년)부터 조선총독을 4년간 역임하면서 깃카와 히로이에의 격전지였던 벽제관을 연모하여 이와쿠니에 기념물로 기증한 건물’이라고 육각정을 소개하고 있다. 깃카와 히로이에는 1593년(선조 26년) 1월 말 명나라를 상대로 임진왜란 벽제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보름 뒤 행주대첩에서 패퇴한 일본 장수다.
일제는 벽제관에 전적기념비를 세우는 등 성역화 사업을 벌여 원형을 훼손했으며, 이후 6·25전쟁 때 건물 대부분이 불에 타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고양시는 2012년부터 범시민 서명운동과 조사연구, 세미나 등 육각정 환수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서명에는 15만명이 참여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후쿠다 요시히코 이와쿠니시장에게 전한 편지에서 “육각정이 아직까지 일본에 있는 것은 잘못된 역사의 잔재”라며, 제자리로 되돌려놓을 것을 요청했다.
안재성(54)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회장은 “벽제관 전투가 있은 지 300년 지난 뒤 전리품 형식으로 육각정을 가져간 것은 행주대첩을 폄훼하고 민족문화 말살 의도가 담긴 것으로 단순한 문화재 강탈과는 다르다. 범국민운동을 통해 반드시 되찾아와 역사문화교육의 산실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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