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수백억대에다 도심공동화로
기업 등 투자 꺼려 수차례 유찰
도, 춘천여고 문화공간화 계획
원주여고 매입요구엔 난색
기업 등 투자 꺼려 수차례 유찰
도, 춘천여고 문화공간화 계획
원주여고 매입요구엔 난색
춘천여고와 원주여고 등 도심 외곽으로 이전한 뒤 방치되고 있는 학교 터 활용 방안을 놓고 강원도, 강원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춘천 도심인 교동 봉의산 자락에 위치한 옛 춘천여고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닫힌 정문 사이로 텅 빈 운동장과 학교 건물, 체육관 등이 흉물이 돼 있다. 2012년 11월 동면 만천리로 새 건물을 지어 옮긴 뒤 1년 넘게 1만8396㎡의 터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한 원주여고의 명륜동 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면적만 2만9660㎡에 달해 옛 춘천여고 터보다 1.5배 가까이 크다.
이들 학교 터가 방치되는 이유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부지 매입 비용 때문이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와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기업 등이 원도심에 투자를 꺼리는 탓도 크다. 강원도교육청은 옛 춘천여고 땅과 건물을 팔아 신축한 춘천여고 이전사업비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매입 희망자가 없어 7차례 유찰됐다. 127억8000만원이던 가격은 102억2900만원으로 떨어졌다.
옛 춘천여고 터가 방치되자 강원도는 이곳을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올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사업비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자 원주시가 옛 원주여고(매입비 177억원) 터도 도가 사들여 도립문화예술공원(가칭)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신화묵 원주시청 회계과장은 “강원도가 춘천여고 터를 매입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히 원주여고 터도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청과 도교육청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강원도는 “형평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활용 방안이 있는지가 문제이다. 겨울올림픽 준비 등으로 강원도 재정 형편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불편해하고 있다. 안광현 도교육청 재산담당은 “원도심 정비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학교 터를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원주까지 학교 터를 사달라고 나서면서 춘천여고까지 재검토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