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합의’ 거부하는 10대를 병원서 보복 살해

입원중인 피해자 병실 찾아가 흉기로 찔러
자신도 범행 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전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30대 남성이 자신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된 합의를 거부하는 1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전북지방경찰청 등은 28일 “전날인 27일 밤 9시30분께 전북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서 박아무개(32)씨가 휘두른 흉기에 ㅅ(15)양이 숨졌다. 박씨는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ㅅ양과 합의하려다 ㅅ양이 이를 거부하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흉기를 휘두른 박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27일 밤 10시20분께 전주시 중화산동 한 아파트 옥상(19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박씨와 ㅅ양은 지난 8일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고, 2주가량 동거하며 지내다가 사이가 틀어졌다. 박씨는 ㅅ양이 만나주지 않자 그의 집을 찾아가는 등 끊임없이 괴롭혔고, 이를 참지 못한 ㅅ양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지난 26일 새벽 5시30분께 차량으로 ㅅ양을 납치·감금했다. ㅅ양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고, 경찰에 또다시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ㅅ양은 대학병원에 설치된 성폭행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를 찾아가 피해 내용을 진술했다.

조사를 마친 ㅅ양은 평소 앓고 있던 병을 치료하고자 이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박씨는 합의를 하기 위해 ㅅ양을 찾아나섰고, ㅅ양의 친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ㅅ양의 병실 사진 등을 통해 대학병원으로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병원 로비에서 우연히 ㅅ양을 발견했으나, 놀란 ㅅ양이 대화를 거부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ㅅ양의 복부를 5~6회 찔렀다.

전주덕진경찰서 오재경 수사과장은 “박씨가 ㅅ양과 합의하려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낸 흔적들을 발견했다. 합의를 거부하자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숨져 정확한 사건 경위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