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무개(62)씨가 1월 중순까지 살았던 대구 북구 금호강 무태교 아래 천막.대구 북부경찰서 제공
사고로 가족 잃고 대구 무태교 아래서 생활
지난 1월 물건 훔치려다 대구 경찰에 검거
딱한 사연에 경찰들 살 곳·직장 마련해줘
“새 삶 살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지난 1월 중순까지 서아무개(62)씨의 집은 대구 금호강 무태교 아래였다. 돗자리와 이불, 비닐, 돌 등을 구해와 다리 아래에 텐트를 쳐놓고 8년째 혼자 이곳에서 살았다. 서씨의 보금자리 북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남쪽에는 공장들이 들어서있다. 서씨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서씨가 딱히 하는 일은 없다. 간혹 술값이 필요하면 공사장에 나가 하루 일당을 벌었다. 주변 상가나 공사 현장을 돌면서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물건을 훔치다가 유치장 신세를 진 것만 열 번이 넘었다. 대구에서 살기 시작한 17년 동안 그는 항상 혼자였다. 대구로 오기 전 경남에서 살때까지는 김씨의 삶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결혼식을 올린 아내가 있었다. 17·18·19살 아들도 있었다. 아내와 간혹 다투기도 했지만 이발사를 하면서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97년 지리산에 야영을 갔던 아들 3명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리며 한꺼번에 모두 숨졌다. 그리고 곧 아내도 자신의 곁을 떠났다. 서씨는 혼자 대구로 왔다. 그리고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무태교 아래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1월9일 오후 1시35분께 서씨는 대구 북부경찰서에 잡혀왔다. 가게 출입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서씨를 상대로 조사를 하던 이성일 북부경찰서 강력 3팀장은 이런 서씨의 사연을 듣게됐다. 경찰관들은 서씨가 터를 잡고 살 곳과 직장을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그때로부터 두 달이 흐른 지금, 서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한 달에 꼬박꼬박 55만원을 벌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됐고 자활근로로 평일 하루 5시간 동네를 청소한다. 대구 북구 무태조야동 주민센터에서는 서씨에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해 조그만 월세 방도 마련해줬다. 서씨는 8년째 살던 무태교 아래를 떠나며 윤 팀장에게 말했다.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다시는 나쁜짓을 하지 않을께요.”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지난 1월 물건 훔치려다 대구 경찰에 검거
딱한 사연에 경찰들 살 곳·직장 마련해줘
“새 삶 살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지난 1월 중순까지 서아무개(62)씨의 집은 대구 금호강 무태교 아래였다. 돗자리와 이불, 비닐, 돌 등을 구해와 다리 아래에 텐트를 쳐놓고 8년째 혼자 이곳에서 살았다. 서씨의 보금자리 북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남쪽에는 공장들이 들어서있다. 서씨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서씨가 딱히 하는 일은 없다. 간혹 술값이 필요하면 공사장에 나가 하루 일당을 벌었다. 주변 상가나 공사 현장을 돌면서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물건을 훔치다가 유치장 신세를 진 것만 열 번이 넘었다. 대구에서 살기 시작한 17년 동안 그는 항상 혼자였다. 대구로 오기 전 경남에서 살때까지는 김씨의 삶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결혼식을 올린 아내가 있었다. 17·18·19살 아들도 있었다. 아내와 간혹 다투기도 했지만 이발사를 하면서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97년 지리산에 야영을 갔던 아들 3명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리며 한꺼번에 모두 숨졌다. 그리고 곧 아내도 자신의 곁을 떠났다. 서씨는 혼자 대구로 왔다. 그리고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무태교 아래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1월9일 오후 1시35분께 서씨는 대구 북부경찰서에 잡혀왔다. 가게 출입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서씨를 상대로 조사를 하던 이성일 북부경찰서 강력 3팀장은 이런 서씨의 사연을 듣게됐다. 경찰관들은 서씨가 터를 잡고 살 곳과 직장을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그때로부터 두 달이 흐른 지금, 서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한 달에 꼬박꼬박 55만원을 벌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됐고 자활근로로 평일 하루 5시간 동네를 청소한다. 대구 북구 무태조야동 주민센터에서는 서씨에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해 조그만 월세 방도 마련해줬다. 서씨는 8년째 살던 무태교 아래를 떠나며 윤 팀장에게 말했다.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다시는 나쁜짓을 하지 않을께요.”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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