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곳 확인…붕괴 대비 책임구분 한듯
서산 해미읍성(사적 116호)을 쌓을 때 책임 구간을 돌에 새겨 오늘날의 공사책임제 구실을 한 각자석이 확인됐다.
충남 서산시는 성벽 기록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근 공주·부여·서천은 물론 회덕(지금의 대전), 충북 청주와 충주(사진) 등 모두 19곳의 지명이 새겨진 각자석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각자석은 읍성 둘레 1.5㎞ 가운데 진남문 동쪽을 따라 대부분 발견됐으며, 성벽 밑에서 3~5번째 돌에 지명이 새겨져 공사 시작 지점과 끝 지점 구실을 하고 있었다.
시에서는 해미읍성 축조에 동원된 지역을 돌에 새긴 뒤 이후 성벽이 무너질 경우 책임을 분명히 하려고 한 것으로 추정했다. 각자석이 발견된 19곳은 모두 충청도 지역이며, 당시 공주목을 비롯해 공주목 소속 군현이었던 임천·한산·회덕·진잠·부여·정산 등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해미읍성은 고려 말 기승을 부리던 왜구을 막기 위해 태종 17년(1417년)부터 세종 3년(1421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시는 해마다 열리는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에 각자석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 참이다. 서산시 문화관광과 김현주 학예연구사는 “충청병마절도사영인 해미읍성을 축조하는 데 충청도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서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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