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엄마·아들 숨진 채 발견
“아들은 내가 데려간다” 유서 남겨
“아들은 내가 데려간다” 유서 남겨
울산 주택가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장애가 있는 5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6일 오후 6시30분께 울산 중구 우정동 단독주택에 세들어 사는 안아무개(50·여)씨와 아들 권아무개(28)씨가 숨져 있는 것을 권씨의 친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권씨의 친구는 경찰에서 “일주일 전 친구 집에 갔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돌아갔다.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아 집주인과 함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두 사람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권씨의 몸에선 흉기에 찔린 자국이 발견됐다. 방에선 ‘가족들한테 미안하다.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안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안씨가 평소 복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경안정제 성분의 의약품도 있었다.
경찰은 주검의 부패 상태로 미뤄 이들이 숨진 지 한 달쯤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흉기로 권씨를 숨지게 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안씨는 청각·지체장애 진단을 받아 2000년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돼 다달이 48만원가량을 받았다. 안씨는 2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몇 년 전부터 치료를 받았으며,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일을 하지 못했다. 권씨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안씨와 권씨는 5년 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살았고 최근 넉달치 월세를 내지 못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