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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공사 끝나자마자 발빼는 정부

등록 2014-03-16 22:22

30년 넘게 유기농지로 쓰였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대한 4대강 사업 공사가 완료된 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두물경’이란 표지석이 들어섰고 곳곳에 관리용 도로와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30년 넘게 유기농지로 쓰였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대한 4대강 사업 공사가 완료된 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두물경’이란 표지석이 들어섰고 곳곳에 관리용 도로와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수도권 쏙] ‘4대강 갈등’ 끝나지 않은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한다는 정부와 농민·천주교 등의 사회적 합의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양평군이 정비 공사를 마치자 협의 틀 불참을 선언하고 두물머리 유료화를 들고나오면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가 한국 유기농업의 발상지라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970년대 후반부터 30년 이상 유기농 농사를 지어왔던 곳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수변공간으로 바뀌었다.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이 2010년 2월17일부터 2012년 9월3일까지 93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생명평화미사를 올렸던 두물머리 미사 터에는 ‘두물경’이라 쓰인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수변공간 8곳인 한강 8경 가운데 제1경이라는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2일, 예전의 버드나무와 갈대 군락은 사라지고 자전거도로를 내고 벽돌을 깔아 인공 조경공사를 마친 여느 공원처럼 바뀌어 있었다.

두물머리에서는 유기농민들을 내보내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농민 등 사이에 3년 넘게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2012년 8월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국토해양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이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한다는 합의에 이르며 오랜 갈등을 마무리한 바 있다. 양쪽은 합의문에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세레스 환경공원과 영국의 라이톤 공원을 참고해 조성하고, 필요한 예산은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4대강 사업이 초래한 전국의 갈등 현장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적 합의’를 일궈내며 주목받았다.

그런데 두물머리의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이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과 책임 떠넘기기로 삐걱대고 있다. 지난해 말 준공된 4대강 두물지구 정비 사업은 여느 4대강 조경공사 지구와 똑같은 판박이처럼 마무리됐고, 1년 넘게 가동해온 이른바 두물머리 협치(거버넌스)가 올해 들어 양평군의 참여 거부로 중단됐다. 당시 사회적 합의에 이명박 정부가 동의했던 것도 4대강 사업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던 ‘꼼수’였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두물머리는 이제 꼴도 보기 싫어 잘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정비한답시고 버드나무와 갈대 군락 같은 예쁜 공간을 없애고 바닥에 벽돌을 깔더니 이제 운영까지 맘대로 하겠다네요.” 두물머리 농민 최요왕(49)씨는 정부와 양평군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최씨는 “이제 곧 강변에 환삼덩굴 같은 잡초가 우거질 텐데 농민들이 친환경적으로 해오던 것을 지자체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장물 철거 이전 모습과 정비 이후 모습을 대비한 4대강 사업 홍보판을 세웠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 철거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유기농지로 쓰였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대한 4대강 사업 공사가 완료된 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두물경’이란 표지석이 들어섰고 곳곳에 관리용 도로와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30년 넘게 유기농지로 쓰였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대한 4대강 사업 공사가 완료된 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두물경’이란 표지석이 들어섰고 곳곳에 관리용 도로와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양수리 주민-정부 3년 갈등 끝에
생태학습장 만들기로 합의했는데
올해 초 운영주체 등 논의 앞두고
정부쪽 양평군, 협의회 불참 선언
‘유료화’ 운영 계획 멋대로 내놓기도

자전거길 등 ‘4대강 조경’ 판박이…
농민들, 유기농 잃은데다 약속깨져
“뒤통수 맞아…합의 지켜라” 반발

사회적 합의 이후 협치 틀인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협의회’는 정부와 지자체, 천주교, 농민 쪽에서 추천한 인사로 협의기구를 구성한다는 합의에 따라 전문가·주민·시민단체 등 12명으로 구성해 생태학습장 조성 논의를 벌여왔다. 양평군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을 대행해 34억원을 들여 두물지구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

28만㎡ 두물지구는 생태에너지 체험장, 생태경관로, 학습·체험 공원, 생태 회복구역, 문화역사 체험 등 5개 공간으로 나뉘어 생태학습장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간 배치에 이어 운영 주체와 프로그램 논의를 앞두고 정부 쪽이 갑자기 불참하면서, 협치 틀은 반쪽으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빠진 가운데 정부를 대신한 양평군도 두물지구 정비 공사를 끝내자마자 지난 1월 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안철영 양평군 행복도시과장은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이 완료되면 협의회를 해산한다는 협약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협의회 위원장인 서상진 수원교구 신부는 “두물머리가 모델로 삼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세레스 환경공원이나 영국 라이턴 공원은 오랜 기간 주민 참여를 통해 차근차근 만들어낸 것이다. 두물머리도 생태학습장의 운영 주체가 세워지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갖출 때까지 협의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더니 양평군은 한발 더 나아가 ‘두물머리 유료화’를 들고나왔다. 지난달 7일 주민공청회를 열어 ‘두물머리에 펜스를 쳐서 유료화하고, 세미원과 통합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개발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두물머리 인근의 세미원은 볼거리 중심의 수변공원으로, 경기도가 100억원을 들여 만들어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양평군은 생태학습장 프로그램 개발보다 교통·쓰레기 문제 등이 더 시급하다며 주민 불편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두물머리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열리면서 지난해 100만명에 이어 올해는 150만명이 찾을 것으로 양평군은 내다봤다.

두물머리 유료화, 세미원 통합 관리는 협의회에서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다. 양평군 양수리 주민들과 협의회 민간위원들은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이 인위적인 공원을 만들어 세미원에 관리를 넘기는 형태라면 다른 4대강 사업과 다른 게 뭐냐’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김정금 양수5리 이장은 “양수리 주민들은 두물머리의 유료화와 세미원과의 통합 관리에 단호히 반대한다. 양수1~5리, 용담1~2리 이장 등 두물머리 권역 주민 대표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두물머리 관리 운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두물머리 농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사회적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정부와 양평군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하지 말고 대화 채널을 즉각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농민 임인환(50)씨와 서규섭(47)씨는 “두물머리를 막개발이 아닌 유기농과 생태학습이 어우러진 상생모델로 만들겠다고 해서 아무런 기득권을 내세우지 않고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지금이라도 민관 협의체를 다시 가동해 후속사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추진협의회가 삐걱대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3년 넘게 맞섰던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양수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추진협의회가 삐걱대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3년 넘게 맞섰던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양수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당사자인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협의회에서 논의한 결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 쪽의 무성의를 비판했다.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대표인 노국환 위원은 “정부 쪽 위원들이 유기농의 ‘농’자도 못 꺼내게 하는 분위기여서 처음부터 합의 정신을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정비 공사와 관련해서도 흉물스런 두물경 표지석의 이전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여느 4대강 조경공사와 똑같은 모습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국토부는 최근 양평군에 ‘합의서의 연장선에서 협의회와 충분히 협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희규 국토부 하천운영과장은 “법적으로 국가하천의 공사는 정부가 맡고, 운영·관리는 지자체의 업무로 구분돼 있다. 합의 정신에 따라 양평군이 협의체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협조 요청에 양평군 관계자는 “일은 정부가 저질러놓고 공사비 던져주며 뒷마무리를 시켜 1년 동안 뒤치다꺼리만 했다. 양평군이 협의체를 더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서울국토청은 두물지구 정비 공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합의 주체에서도 빠져 있어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4대강 공사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정부와 양평군이 ‘두물머리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2012년 말 해체됐으며, 심명필 본부장은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복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을 언급하면서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하라”고 말한 바 있다. 양평/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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