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시의원 공약에 또 논란
각종시설 ‘박정희’ ‘정수’ 이름 놓고
구미 지역사회는 찬반의견 팽팽
각종시설 ‘박정희’ ‘정수’ 이름 놓고
구미 지역사회는 찬반의견 팽팽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이름 사용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녹색당 소속의 김수민(32) 구미시의원은 18일 “재선에 도전해 당선되면 ‘박정희체육관’의 이름을 ‘구미시민체육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시의원은 “박정희체육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문제가 없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준다. 하지만 구미시민체육관이라는 이름에는 그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구미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은 체육관이기 때문에 시민체육관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김 시의원은 “구미시가 운영하는 박정희체육관과 2011년 7월에 문을 연 구미시립도서관인 ‘상모정수도서관’은 재선에 성공하면 곧바로 조례를 개정해 이름을 바꾸도록 추진하겠다. 구미시 오태동과 송정동을 잇는 6.2㎞ 구간의 도로 ‘박정희로’와 ‘정수초등학교’도 경북도, 경북도교육청, 안전행정부 등과 협의해 이름을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희체육관은 구미시 광평동 4만8000여㎡에 농구, 배구, 씨름 등 실내경기 시설을 갖추었고 2001년 1월 문을 열었다. 애초 ‘구미실내체육관’이라는 이름이었지만, 구미시는 2002년 1월 조례를 개정해 ‘박정희체육관’이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상모정수도서관, 정수초등학교에서 ‘정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붙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새누리당의 박승호(57·전 포항시장)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 예비후보는 “도시 이름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이다. 외국에서도 가난의 한을 푼 대통령으로 ‘박정희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미시보다는 박정희시가 구미를 외국에 훨씬 더 잘 알릴 수 있어, 박정희시로 이름을 바꾸면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와 구미시내 각종 시설물 이름으로 ‘박정희’나 ‘정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하면 그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시민 세금으로 지은 시설물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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