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인근에 선사유적지
신축·증축 다 불가능
시 “서로 몰랐던 일”
업체 “관련자 문책하라”
신축·증축 다 불가능
시 “서로 몰랐던 일”
업체 “관련자 문책하라”
강원 속초시가 민자 유치로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보존지구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시 소유 땅을 민간 기업에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자는 속초시가 ‘사기 분양’을 했다며 관련자들의 문책과 적절한 후속 조처를 요구하고 나섰다.
24일 속초시와 ㈜시마스터의 말을 종합하면, 2010년부터 속초시는 청초호에 대규모 마리나 시설을 유치하려고 수차례 ㈜시마스터를 찾아 투자 제안을 했고, 이 과정에서 채용생 속초시장도 해당 업체를 10여 차례나 직접 방문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청초호 마리나 사업은 791억원을 들여 요트나 보트 등 100여척의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과 회원용 건물(클럽하우스), 보관시설 등을 설치하는 속초시의 역점 민자유치 사업이다. 청초호는 2010년 1월 당시 국토해양부의 1차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속초시의 투자 제안을 받은 ㈜시마스터는 2012년 3월 마리나 사업에 필요한 터 1만308㎡의 입찰에 참여해 속초시에 37억3000만원을 주고 땅을 샀다. 당시 매각 공고문의 입찰 참가 자격을 보면, ‘매각 터를 마리나항만 부지 용도로 사용하려는 개인이나 법인’으로 제한했고, ‘5층 이하의 건물은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터 인근에 선사유적지가 있어 2007년 문화재청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로 지정해 건축물 신축뿐 아니라 증축도 불가능한 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기 전에는 마리나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속초시도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토지 매각을 담당한 속초시청 강전업 도시개발담당은 “해당 터가 보존지구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토지 매각 공고문에 명시했을 텐데 모르고 있었다. 사업자 쪽도 터를 매입할 때 토지이용계획확인원만 확인했어도 보존지구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서로가 부주의했다”고 해명했다.
민자 유치를 담당한 속초시청 오성봉 투자유치담당은 “마리나 사업 터가 보존지역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투자를 유치한 잘못은 있다. 하지만 앞으로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마스터 관계자는 “속초시의 말만 믿고 마리나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기본적인 토지 용도도 확인하지 않고 투자를 제안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인허가 전담팀 구성 등 계획부터 준공까지 각종 행정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속초시는 잘못을 인정하고 관련자를 문책한 뒤 적절한 조처를 마련하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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