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중에 자취 감춰…투자자들 사기로 고소
탈북자들로부터 주로 투자금을 모아 ‘성공신화’를 일군 것으로 알려진 탈북기업인 한아무개(49)씨가 최근 중국 출장 중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6일 경기도 파주시에 공장을 둔 ㅎ무역 관계자와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한씨는 지난 1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직원 3명과 함께 중국 출장을 갔다가 귀국 예정일인 22일 중국 심양의 한 호텔에서 자취를 감췄다. 동행한 직원들은 중국 공안과 심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실종 신고를 하고 이틀 뒤 귀국했다.
ㅎ무역 직원 11명은 이날 오전 한씨를 사기 혐의로 파주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한씨가 2012년 5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연간 수익금의 15%를 주겠다며 직원 11명에게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5억3530만원을 빌려 도피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탈북자들의 투자금 말고도 파주시 교하읍 상지석동에 있는 공장 부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200여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출신인 한씨는 탄광에서 일하다 북한을 탈출한 뒤 2002년 국내에 들어와 2003년 자본금 1500만원으로 생필품 등을 수출하는 ㅎ무역을 설립했고 직원도 대부분 탈북자를 고용했다. 이후 회사가 수백억원대 매출의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해 한씨는 ‘성공한 탈북자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씨가 탈북자들에게 높은 이자를 주기로 하고 최근까지도 투자금을 모집해온 것으로 미뤄 잠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펴고 있다.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