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눈
경북도교육감, 친일인명사전 올라갈 ‘나그네 설움’ 가수 백년설 옹호 눈살
도승회 경북도 교육감이 친일행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수 백년설 을 옹호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도 교육감은 지난달 26일 대구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백년설 노래를 사랑하는 모임’발족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방송 가요무대에서 한국의 10대 가수 선정에 백년설이 빠져있는 것에 분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 교육감은 “어떤 기준에서 선정했는지 의문이 갔지만 이렇게 된 데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잘못된 것은 용기있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성주자치신문> 등 지역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북전교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백년설이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에 들어 있고, 친일 행적과 관련해 ‘백년설’가요제를 둘러싼 성주 지역민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의 이날 모임 참석과 발언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8일 밝혔다.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친일행적이 분명한 가수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더구나 그를 사랑하는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것은 경북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며 “교육자로서 도 교육감의 신중한 처신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감은 “모임 회장이자 고향 선배인 이상희 전 내무부장관의 권유로 참석했다”며 “분개한다는 말은 좀 과장됐고, 친일 여부를 떠나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이란 노래를 좋아해 별 뜻 없이 한 말인데 물의를 빚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도 교육감은 또 “일제 때 어느정도 친일 안 한 유명가수가 어디있느냐”며 “친일작가의 소설도 읽혀지고 있는데 그 작품을 불태우거나, 금지곡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지난 8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에 포함된 백년설(1914∼1980·본명 이창민)은 <나그네 설움>, <번지없는 주막>, <마도로스 박> 등 히트곡을 남긴 1940년대 초반의 가수다. <부모이별>, <망루의 밤>, <위문편지>, <아들의 혈서>, <즐거운 상처>, <이 몸이 죽고 죽어>, <모자상봉> 등의 노래를 통해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한 것으로 알려져 친일 행적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도교육감 외에 이상희 전 장관, 강희락 대구지방경찰청장 등 백년설의 고향인 성주출신 인사들이 참석했다.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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