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구제역 확산…접경지역 축산농 비상

북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비무장지대 인근까지 번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일 남한 쪽 최북단인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의 한 한우농장에서 건강하게 자란 소들이 마른풀을 먹고 있다. 박경만 기자

북 강원도 인근 협동농장 감염
경기·강원, 긴급 예방접종나서

올해 초 북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비무장지대 인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도와 강원도 등 접경 지역 축산농가와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이도 공기나 야생동물 등으로도 전파되는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은 지난 1월 평양과 황해북도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지난달 24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통보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돼지 3200여마리가 감염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14~21일 북한을 방문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강원도 비무장지대 인근 협동농장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소 4마리를 발견한 바 있다.

경기도는 포천, 연천, 파주, 김포, 동두천, 양주 등 접경 지역 6개 시·군 축협, 생산자단체 등과 긴급 방역회의를 열고 구제역 예방접종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예방접종 대상은 3027농가 가축 65만857마리(소 11만3175, 돼지 53만4311, 염소 1464, 사슴 1907마리)로, 경기도는 농가마다 담당자를 지정해 ‘예방접종 담당공무원 실명제’를 운영한다. 강원도도 철원군 등 5개 접경 지역 가축 21만5000여마리에 대한 긴급 예방접종에 나섰다.

2010~2011년 350만마리 가축이 살처분되는 ‘구제역 파동’을 겪었던 축산농가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포천시 영북면에서 돼지 2800마리를 키우는 최영길 대한한돈협회 포천지부장은 “북한과 교류가 잦은 게 아니어서 공기로 전파될 우려는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을 대비해 소독과 백신접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구제역 파동 때 돼지 1300마리를 잃었다. 비무장지대 인근인 연천군 백학면에서 한우 250마리를 키우는 명인구 명성한우 대표는 “북이 지척이어서 불안감도 들지만 소가 건강해 구제역을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백신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쾌적한 환경 조성”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구제역은 전파력이 빨라 가장 확실한 차단 방법은 신속한 살처분과 매몰인데, 북에서 과연 이뤄질지 걱정이다. 접경 지역 모든 농가에 백신을 접종해 항체 보유 10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을 추진 중이다.

박경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