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부산 최대 필로폰 밀수조직의 공급 총책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착각해 여권을 신청했다가 16년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 나병훈)는 2일 1997~1998년 중국에서 6㎏의 필로폰을 밀수해 유통한 혐의(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로 ‘영도식구파’의 공급 총책 박아무개(72)씨를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1997년 11월부터 1998년 4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6㎏의 필로폰을 사들인 뒤 국내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도식구파 일당 9명은 이 기간에 중국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운동화 밑창에 숨겨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뒤 4㎏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로, 1998년 검찰에 붙잡혀 3년6월~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박씨는 당시 검찰의 수사를 피하려고 중국으로 달아났다. 이어 밀항선을 타고 귀국한 뒤 광주시와 전남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과 시골의 빈 농가, 산속 등에서 숨어 지내왔다.
박씨는 지난해 4월 공소시효 15년이 지난 것으로 알고, 지난달 광주시에 여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는 범인이 해외로 달아난 기간과 공범들이 기소된 뒤 재판이 확정되는 기간 동안 정지된다. 이 때문에 박씨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11월15일이다.
광주시는 박씨의 여권 신청을 받고 수배 여부를 검찰에 확인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두고 박씨의 수사를 재개했던 검찰은 이 사실을 통보받은 뒤 광주시 근처에 있던 박씨를 붙잡았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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