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생활실서 후배 폭행
학교·교육청 대응 부실 논란
학교·교육청 대응 부실 논란
지난달 말 동급생끼리 학교 안에서 다투다 1명이 숨진 경남 진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다시 폭행 사고가 일어나 학생 1명이 숨졌다. 열흘 남짓 사이에 한 학교에서 학생 2명이 학교폭력으로 숨지자 교육청과 학교가 근본적인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후배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ㄱ(17·2학년)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ㄱ군은 지난 11일 밤 11시30분께 진주의 한 고교 기숙사 생활실에서 후배 ㄴ(16·1학년)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ㄴ군은 11일 밤 4층짜리 학교 기숙사 1층에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시끄럽게 한다며 동급생 ㄷ(16)군과 말다툼을 벌였다. ㄱ군은 후배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고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ㄴ군을 엎드리게 한 뒤 발로 배를 한 차례 때렸다.
ㄴ군은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기숙사 사감이 인공호흡을 한 뒤 ㄴ군을 근처 병원으로 옮겼으나 ㄴ군은 1시간여 만인 12일 0시32분께 숨졌다. ㄴ군은 어릴 때 심장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에 이 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 건물 옥상에서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동급생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구속됐다. 이후 해당 학교 학생·교사를 대상으로 경남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진행되던 중에 이번 사고가 발생해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재규(57) 경남도의회 교육의원은 “학교폭력 대책은 사후약방문 격으로 사고가 터진 뒤에야 진행된다. 평소 학생들한테 인성·인권교육에 힘써야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ㄴ군의 장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이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고, 교장의 직위해제를 학교법인에 요청하기로 했다. 또 기숙사가 있는 경남지역 학교 86곳을 대상으로 학생지도 문제점과 기숙사 운영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날 긴급상황반을 진주에 보내 학교와 경남도교육청의 대책 등을 점검하고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심리적 안정, 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진주/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