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열차 사고…20명 숨져
주민들 “안전 경각심…보존을”
주민들 “안전 경각심…보존을”
43년 전 전북 남원에서 발생한 수학여행 참사의 희생자 묘지가 주변 지역 개발로 사라질 형편에 놓였다. 최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으면서 슬픔에 빠진 지역민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희생된 학생들의 묘소를 보존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71년 10월13일 새벽 6시께 전북 남원역에서 열차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순천발 서울행 완행열차가 남원역으로부터 상행선 1.5㎞ 지점 고갯길에서 제동장치 고장으로 후진하는 바람에, 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화물열차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군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남원초등학교 학생 19명과 통학 고교생 1명 등 열차 승객 20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희생된 남원초등학교 학생 19명은 남원시 노암동 야산에 함께 안장됐다. 순천철도국(현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은 그해 11월30일 묘비 옆에 추모시가 새겨진 위령탑을 세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묘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무덤 19기 가운데 3기는 다른 곳으로 이장됐다.
특히 남원시가 이 일대를 도시계획상 유원지로 개발할 예정이어서 학생 묘지는 이장 등으로 사라질 형편이다. 시는 학생들의 묘지에 ‘이장 대상 묘지’라는 안내문을 세우고, 올해 초 이 일대를 소리명상 체험마을(90억원), 시립미술관(35억원), 도예촌(7억원) 등으로 개발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묘지는 소리명상 체험마을에서 100~200m 떨어져 있다.
이병채(75) 남원문화원장은 “경기도 안산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 건립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남원시는 ‘수학여행 1번지’라고 그동안 홍보해온 만큼, 43년 전 참사를 기억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학생 묘지와 위령탑 보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원시 관계자는 “학생 묘지 주변에는 공동묘지 형태의 다른 묘소들도 많아서 이장 공고를 냈던 것이다. 학생 묘지 주변 지역의 개발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므로 공원화 등의 시민 여론이 조성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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