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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이 새누리 텃밭? 원전 막아줄 후보 꼭 찍겠다”

등록 2014-05-18 20:26수정 2014-05-20 15:44

[6·4 지방선거] 탈핵 떠오른 원전지역

6·4 지방선거에서 원전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반핵 대 찬핵’ 후보 대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전이 밀집한 부산과 울산에선 새누리당 후보도 ‘탈핵’ 주장을 편다. 지역의 ‘작은 날갯짓’이 원전 확대 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삼척이 새누리당 텃밭이라고요? 이번엔 다를 겁니다. 원자력발전소 문제가 선거판을 확 바꿀 겁니다.”

지난 13일 강원 삼척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삼척우체국 앞에서 만난 김옥선(71)씨는 “삼척시민들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원전 유치 문제를 놓고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척은 경북 영덕과 함께 2012년 9월 정부가 신규 원전 예정지로 지정 고시한 지역이다.

원전이 들어설 예정인 삼척 근덕면 쪽 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근덕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임순한(75)씨는 “한평생을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서 살았는데 원전이 들어오면 어디로 떠나란 말이냐. 원전 막아 주겠다는 후보가 있으면 꼭 찍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원전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마다 ‘반핵’ 바람이 일고 있다.

삼척 선거판은 ‘반핵 대 찬핵’ 구도로 짜였다. 삼척시장 선거에서는 시장 재임 중 원전 유치를 추진한 ‘찬핵 후보’ 김대수(72)씨와 도의원 출신인 ‘반핵 후보’ 김양호(52·무소속)씨가 맞대결을 벌인다. 김양호 후보는 “원전을 막아내기 위해 출마했다. 주민 의견은 묻지도 않고 김대수 후보가 원전 유치를 신청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시장이 되면 주민투표를 한 뒤 원전 반대 의견이 더 많으면 정부에 원전 유치 철회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수 후보는 ‘원전 사업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란 이유로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원전 예정지’ 삼척
새누리 김대수 시장 유치 추진에
반핵후보 김양호 “반드시 철회”

원전 10기 몰린 경북
찬핵 김관용 지사 “복합 산업화”
야권 후보들 “탈핵” 한목소리

부산선 고리 1호기 폐쇄 시기 이견
울산 여야 모두 “수명 다한 원전 폐기”

삼척에선 시장 선거뿐 아니라 광역·기초의원 선거에도 ‘반핵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도의원 1선거구에선 이붕희(56·무소속)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시의원 가선거구에선 최승국(56) 전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가, 나선거구에선 김대호(59·근덕면원전반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이광우(51·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기획실장)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섰다. 김대호 후보는 “그동안 반핵 투쟁을 하면서 시장·시의회 등 지방권력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원전 문제는 새누리당 후보들에게도 ‘뜨거운 감자’다. <한겨레>가 삼척에서 새누리당 공천(시장 제외)을 받은 광역·기초의원 후보 9명에게 전화로 원전 찬반 여부를 물어보니, 6명이 원전 찬반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한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원전을 추가 건설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원전 유치 여부는 시민들이 결정할 몫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10기가 몰려 있는 경북에서도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원전 공방’이 치열하다.

2006년 6월부터 경북지사로 재임해온 새누리당 김관용(71) 후보는 공약으로 원자력 복합산업화를 내걸고, 당선되면 앞으로 4년 동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오중기(46), 통합진보당 윤병태(53), 정의당 박창호(48) 후보는 ‘탈핵’을 외치고 있다. 박창호 후보는 “김관용 후보는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을 하겠다며 핵발전소를 하나 더 지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선 여야 후보들이 모두 박근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거나 거리를 두고 있다. 부산 기장군과 이웃한 울주군 서생면에 모두 12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2007년에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뒤 2017년까지 10년 더 연장 가동하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가 쟁점이다.

오거돈(65) 무소속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면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진단을 요구해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폐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병수(62) 새누리당 후보는 고리원전 1호기의 연장 가동 마지막 해인 2017년에 무조건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창권(48) 통합진보당 후보는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8호기 건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남북으로 각각 고리와 월성 원전을 끼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도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기에 동의하고 있다.

이상범(57)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폐로화와 함께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를 공약했다. 조승수(51·정의당)·이갑용(54·노동당) 후보 등 다른 야권 후보들도 모두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와 신규원전 건설계획 폐기, 신재생 또는 탈핵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공통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55) 후보는 “중장기적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여 나가야 한다. 기존 원전 가운데 수명이 다한 것은 연장 운영하기보다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전에선 유성구 대덕대로에 있는 한전원자력연료㈜의 원자력발전소용 연료봉 공장 증설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임시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 및 이전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유성구 주민들이 꾸린 ‘유성 핵연료공장증설 반대주민모임’은 핵안전을 주제로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전시장 후보 등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후보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성효(59·새누리당)·권선택(58·새정치민주연합)·김창근(59·통합진보당)·한창민(40·정의당) 후보 등에게서 “핵시설 확장에 반대하고, 핵폐기물을 이전해야 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강영삼 ‘유성 핵연료공장증설 반대주민모임’ 대표는 “설문 결과를 지역 유권자들에게 알려 후보를 선택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었지만 원전 문제가 이슈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 등 안전 문제가 중시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원전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삼척 대구 부산 울산 대전/박수혁 구대선 김광수

신동명 송인걸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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